(미리 보는 총선 맞수)정세균 떠난 무주공산 '종로'…'이낙연-황교안' 빅매치 열리나

'정치 1번지' 여야 공천 빅 카드에 관심…대선 주자 선호도 1·2위 대선 전초전 가능성도

입력 : 2019-12-22 오후 12:00:00
[뉴스토마토 조현정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7일 차기 국무총리 후보자로 정세균 전 국회의장을 지명하면서 정치권에서는 정 후보자의 지역구인 서울 종로를 누가 차지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종로는 수도권의 심장부이자 굵직한 정치 지도자를 배출한 '정치 1번지'라는 상징성을 갖는다. 선거마다 종로에서 '승기'를 잡기 위한 여야의 수 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이유다.
 
이 때문에 많은 정치권 인사들이 종로의 문을 두드렸다. 1996년 15대 총선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1998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종로에서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각각 대선 주자로 도약했고 이후 청와대에 입성했다. '대선 주자급' 인사들의 산실로 자리 매김한 것은 이 때부터다.
 
19·20대 국회에서 8년간 종로를 지켜온 정 후보자가 입각과 함께 자연스럽게 총선에 불출마하게 되면서 여야는 물론 정치적 무게감을 늘리기 위한 유력 정치인들의 '종로 대전'이 예상된다.
 
그동안은 정 후보자가 지역구를 탄탄히 다져놔 도전이 쉽지 않았지만, 이제 '무주공산'(無主空山)이 된 만큼 욕심을 내 볼만 하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7일 정세균 전 국회의장을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정 후보의 지역구인 '정치 1번지' 서울 종로구에 관심이 쏠린다. (왼쪽)이낙연 국무총리·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사진/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안 팎에선 이낙연 국무총리의 출마설이 나오면서 그의 총선 역할론도 주목을 받게 됐다. 이 총리가 조만간 당으로 복귀, 내년 총선 준비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종로 출마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다.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두고 총선에 임해야 하는 이 총리 입장에서는 종로 출마를 통해 자연스럽게 여의도로 활동 무대를 옮길 수 있다.
 
총선 과정에서 당 내 입지를 다진 뒤 '잠룡'으로서 향후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2017년 5월 31일 현 정부 초대 총리로 취임한 이 총리는 17일 '재임 931일'째를 맞았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역대 국무총리 중 재임 기간이 가장 긴 '최장수 총리'다.
 
이 총리는 4선 의원에 전남도지사, 국무총리를 경험한 인물로 21대 총선 출마는 의원 선수를 하나 더 늘리는 것 이상의 정치적 의미가 크다. 그의 여의도 복귀는 차기 대선 구도와 맞물린 사안이다. 여의도 정치권 밖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은 이 총리가 당 내 기반을 다진다면 2022년 대선 레이스에서 한 발 더 앞서 갈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당 입장에서는 그의 정치적인 영향력 행사를 기대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고른 지지를 받는 이 총리가 민주당 후보 지원을 위해 전국을 누빈다면 표심 확보에 힘이 될 것이란 판단이다. 앞서 이해찬 대표는 이 총리에 대해 "총선을 앞둔 우리 민주당에 큰 힘이 되어주시리라 믿는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이 총리가 전국 곳곳을 찾아 지원 유세에 집중할 수 있는 점, 여야 대치로 정 후보자에 대한 국회 임명 동의 절차가 공직 사퇴 시한(지역구 출마 기준 1월16일)까지 마무리될지 미지수라는 점 등을 감안할 때 비례대표 출마 쪽에 무게를 싣는 전망도 나온다.
 
자유한국당에서는 거물급 인사들이 종로 출마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그 중에서도 황교안 대표와 '빅매치'가 성사될지도 관전 포인트다. 올해 2월 한국당 당권을 거머쥔 뒤 대여 강경 투쟁을 주도하며 '정치 신인' 이미지를 조금씩 없애고는 있지만, 정치적 도약을 위해 이번 총선에서 승부수를 띄울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각종 여론 조사에서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 1·2위를 다투는 여야 잠룡의 대결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전·현 정부 국무총리 출신이 맞붙는 대결이 펼쳐질 수도 있다.
 
황 대표는 당 내에서 영남보다는 수도권에 출마하라는 요구를 강하게 받고 있다. 최근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세연 전 여의도연구원장은 "내년 총선에서 황 대표가 종로에 출마하는 것이 정공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당 내 의견도 대표급이 출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벌써부터 정치권에서 '이낙연 vs 황교안' 시나리오가 흘러 나오는 가운데 두 잠룡의 대결이 현실화될지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총리와 황 대표 모두 전국 유세에 집중하려면 종로 출마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종로에 기반이 확실한 후보군이 아니어서 남은 유세 기간 '올인'해야 하는 상황으로, 종로를 벗어나 다른 지역 유세를 돕게 된다면 본인이 떨어져 대권으로 가는 길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민주당에서는 최근 정계 은퇴를 선언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복귀 가능성이 나오고 한국당에서는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 출마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조현정 기자 jhj@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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