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이세돌 9단과 토종 바둑 인공지능(AI) '한돌'의 대국은 한돌의 2대 1 승리로 끝났다. 이세돌 9단의 AI를 은퇴대국 상대로 직접 지목하며 AI에 대한 국내외 관심도도 올라갈 전망이다. 구글 '알파고' 이후 일상 속 단어가 된 AI는 정보기술(IT) 서비스 곳곳에 알게 모르게 적용돼 이용자 편의성을 지원하고 있다.
21일 이세돌 9단과 3국을 펼친 한돌은 NHN이 지난 1999년부터 '한게임 바둑'을 서비스하며 쌓은 바둑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발한 바둑 AI다. 10개월의 개발 기간을 거쳐 지난 2017년 12월 처음 공개됐다. 이후 성능을 개선하며 3.0 버전까지 나왔다. NHN은 한게임 바둑의 △한돌 9단 대국 △한돌 찬스 △한돌 승률 그래프 등에 한돌을 적용했다.
이세돌 9단이 NHN 바둑AI '한돌'과의 최종국에서 수를 두고 있다. 사진/뉴시스
NHN뿐 아니라 여러 게임사들이 AI를 게임 곳곳에 활용 중이다. 논플레이어캐릭터(NPC)가 대표적이다. 오랜 게임 서비스 경험을 바탕으로 AI를 활용해 빠르게 NPC 등 게임 콘텐츠를 개발하고, 이용자와 몬스터간 전투 균형을 맞춘다. 엔씨소프트는 '비무AI'를 '블레이드앤소울' 이용자간 대결(PvP) 콘텐츠에 적용해 AI와 이용자의 전투 재미를 높였다. 최근 출시한 '리니지2M' 몬스터에도 AI가 적용됐다. 이외에도 게임업계는 게임 마케팅, 어뷰징 방지 등 서비스 측면에서 AI를 활용한다.
IT 스타트업의 서비스에도 이용자가 인지하지 못하는 AI가 숨겨져 있다. 모빌리티 기업은 AI를 활용해 이용자 수요를 기반으로 차량을 공급하기 위해 이용자 호출과 시간을 예측한다. 단순히 출발지와 도착지를 고려해 최적의 이동 경로를 제공하던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갔다. 타다를 서비스 중인 VCNC는 공유차량의 가동률을 최대한 높이기 위한 AI 최적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배달앱 요기요 등을 서비스 중인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는 허위 포토리뷰를 자동으로 분류하는 AI 모델을 적용한다. 월 3만개의 포토리뷰 업데이트 데이터를 바탕으로 허위 포토리뷰 인식률을 96%까지 끌어올렸다.
클라우드는 AI 서비스의 핵심 인프라로 꼽힌다. 사진은 강원도 춘천시에 있는 네이버 클라우드 센터 '각'. 사진/네이버
네이버, 카카오 등 포털 사업자는 AI를 중심에 놓고 사업을 확장한다. 자체 AI 연구 자회사를 운영하는 두 회사는 이미 검색, 뉴스추천, 댓글, 메신저 등 여러 서비스에 AI를 활용 중이다. AI 스피커 서비스에 다양한 기능을 탑재하며 사물인터넷(IoT) 기기로의 확장 가능성을 엿봤다. 여기에 기업간거래(B2B) 분야로 사업 범위를 넓히면서 AI를 그 핵심으로 내세웠다. 네이버는 AI·빅데이터의 기본 인프라가 되는 클라우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카카오는 AI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지원하기 위해 유통·물류·제조 등 기존 산업군과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 IT 기업들은 사업 초창기부터 AI 연구를 지속하며 사실상 모든 서비스를 AI에 기반해 제공 중이다. 그러나 일반 이용자에게 AI라는 용어가 친숙해진지는 오래되지 않았다. 지난 2016년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에서 알파고가 4승 1패를 기록하며 알파고의 승리 원인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높아졌다. 이를 의식한 듯 한돌 개발사인 NHN의 정우진 대표는 "이번 대국은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을 떠올리게 했다"며 "AI와 인간의 대결이 아닌 AI와 인간이 조화롭게 공존하며 발전하는 모습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esc@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