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정부가 인터넷망 상호접속제도에서 대형 ISP(인터넷망제공사업자)간 상호 무정산 구간을 설정하면서 ISP와 CP(콘텐츠 제작사)들은 향후 실제 트래픽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단 CP들은 정부가 중소 CP들을 배려했다는 취지에는 공감하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2일 인터넷망 상호접속제도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KT·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등 대형 ISP들간에 상호 트래픽 교환비율이 1대1.8 이하인 구간에서는 접속료를 정산하지 않도록 했다.
서울의 한 휴대폰 판매점. 사진/뉴시스
대형 ISP 3사는 그간 정부와 인터넷망 상호접속제도 개편안에 대해 논의하며 구글·페이스북·넷플릭스 등 해외 대형 CP들에 대한 협상력 확보를 위해 현재의 트래픽 기반의 정산체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단 요율 조정은 수용 가능하다는 의견을 냈다.
최근 1년간 주요 ISP간 트래픽 교환 비율 1대1.15보다 높은 1.18까지 무정산 구간이 설정된 것에 대해 ISP들은 향후 트래픽이 얼마나 늘어날 지 우선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한 통신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ISP와 CP의 의견을 들어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이라며 "통신사 입장에서야 무정산 구간이 있더라도 최소화해야겠지만 정부가 제시한 만큼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ISP들은 신중한 입장을 보였지만 향후 5세대(5G) 통신 사용자들이 본격적으로 늘어나고 각종 사물인터넷(IoT) 기기들이 트래픽을 발생시킨다고 봤을 때 트래픽량이 현재보다 현저히 늘어날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혁신적인 서비스가 나와 특정 통신사와만 계약을 맺고 서비스를 해 1대1.8을 초과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면 그때 다시 논의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CP 업계는 중소 CP들이 인터넷 망 이용대가 상승 가능성에 대해 덜 영향을 받으며 서비스를 하도록 한다는 정부의 취지에 공감했다. 하지만 트래픽이 늘어날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 대비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냈다. 한 관계자는 "ISP 3사와 모두 계약을 맺던 CP가 2개사와만 계약을 맺는 경영판단을 내릴 수 있다면 1대1.8의 비율은 어찌될지 모른다"며 "반대로 1대1.8의 트래픽 비율을 넘어서는 경우가 없다면 2016년 이전처럼 완전한 무정산으로 돌아가는 것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