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여의도 정치권으로 복귀하는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대표 앞에 정계개편에 대한 선택지가 놓여졌다. 바른당 복귀·보수 빅텐트 참여·독자노선 등 안 전 대표의 결정에 따라 향후 총선 지형이 변화할 전망이다. 특히 안 전 대표의 복귀가 지난 20대 총선의 국민의당 돌풍을 재현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지난 2018년 6·13 서울시장 선거 패배 후 정치 일선에선 물러난 안 전 대표가 해외 체류 1년3개월 만에 "이제 돌아가서 어떻게 정치를 바꾸어야 할지, 어떻게 대한민국이 미래로 가야 하는지에 대해 상의 드리겠다"면서 귀국 소식을 알렸다.
안 전 대표의 정계복귀 시기는 줄곧 정치권의 관심사였다. 긴 침묵을 이어오던 안 전 대표는 21대 총선의 해가 밝자 마자 정계복귀를 선언했다. 국회의 어수선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국면이 어느정도 정리된 시점을 복귀 시점으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안 전 대표의 정치노선에 여의도 정가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4·15 총선이 100여일 앞으로 다가온 만큼 야권의 정계개편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안 전 대표가 취할 수 있는 정치노선을 꼽자면 △바른미래당으로의 복귀 △보수 빅텐트 참여 △새로운보수당 합류 △독자적 신당 창당 정도가 있다. 이중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바른미래당으로의 복귀다. 당의 창업주인 안 전 대표가 바른미래당으로 복귀해 제2의 국민의당 돌풍을 재현하는 구상이다. 바른당 손학규 대표 역시 안 전 대표에게 전권의 위임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 경우 손 대표가 사퇴하고 안철수계 비례대표 의원들이 바른당에서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것이다.
다른 가능성은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 빅텐트에 참여하냐는 것이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안철수계 의원들과의 접촉 여부에 대해 "헌법 가치를 존중하는 모든 정치세력과 정말 열린 마음으로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면서 부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안 전 대표는 이날 "이념에 찌든 기득권 정치 세력들이 사생결단하며 싸우는 동안 우리의 미래, 우리의 미래세대들은 계속 착취당하고 볼모로 잡혀있을 수밖에 없다"고 밝힌 만큼 한국당과의 통합 가능성은 낮게 점쳐진다.
새로운보수당의 계속된 '러브콜' 역시 변수다. 유승민계가 오는 5일 공식 창당을 예고하고 있는 새로운 보수당은 지속해서 안 전 대표에 대한 합류를 촉구하고 있다. 그렇지만 바른미래당 내에서 유승민계와 국민의당계 사이에 노선 갈등이 지속된만큼 안 전 대표의 합류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안 전 대표의 독자행보는 가능성이 높게 평가된다. 바른당계 안철수계 의원들 역시 손 대표와 등을 진 상태에서 함께 제3지대로 향하는 것에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안 전 대표가 이번 총선에서 독자적인 신당을 창당하고 주요 지역에 출마하는 것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결국 안 전 대표의 귀국 후 노선 결정에 따라 총선을 앞둔 정계개편에 지형 변화가 예상된다. 자유한국당은 보수통합, 새로운보수당은 중도보수통합을 각각 외치고 있으며 민주평화당과 대안신당 역시 제 3지대를 구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 전 대표의 복귀가 야권의 정계개편에 큰 영향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바른미래당의 창업주인 안 전 대표가 당의 분열을 방치하고 정치적 결단을 내리지 못한 점 등으로 인해 파급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특히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는 점 역시 그 원인으로 꼽힌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전 의원은 안 전 대표에 대해 "탈당과 신당창당, 결별을 반복하며 정치적 자산을 소진시켰다"고 지적했다.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대표가 2018년 7월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치에서 물러나 성찰과 채움의 시간을 갖겠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