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2년 연속 미국 식품의약국(FDA) 품목허가 최다건수 기록을 경신한 국산 의약품들의 행보가 올해는 다소 주춤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막바지 임상에서 줄줄이 고배를 마신 품목들의 허가 예상 시점이 대폭 밀리거나 불투명해진 탓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산 의약품 가운데 FDA 허가 여부가 판가름 날 품목은 최소 2개에서 최대 5개까지가 될 전망이다. 연내 허가여부 도출이 확실시되는 품목이 2개인 점을 감안하면 전년 대비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해 국산 의약품은 총 8개 품목이 FDA 허가를 획득하며 최다 품목 기록을 갈아치웠다. 기존 기록인 2018년(4개) 이후 연이은 기록 경신이었다. 지난해 국산의약품 FDA 허가 기록 경신의 일등공신은 삼성바이오에피스였다. 1월 유방암 치료용 바이오시밀러 '온트루잔트(성분명: 트라스트주맙)'로 포문을 연 뒤, 4월 엔브렐 바이오시밀러 '에티코보', 7월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하드리마' 등 지난해만 3개 품목이 FDA 문턱을 넘었다.
SK바이오팜 역시 3월 수면장애치료제 '수노시(성분명: 솔리암페톨)'와 11월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가 허가를 획득하며 일조했다. SK그룹의 바이오 부문 역시 11월 SK케미칼의 치매치료 패치 'SID710'가 허가를 획득, 총 3개의 FDA 허가 품목을 배출했다. 이밖에 대웅제약의 '주보(나보타)'가 2월 국산 보툴리눔 톡신 제제 가운데 최초로 FDA 허가를 획득했고, 4월엔 셀트리온의 항생제 '리네졸리드'가 허가 품목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올해는 허가품목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 전망이다. 현재까지 허가신청을 완료한 품목은 한미약품의 호중구감소증치료제 '롤론티스(지난해 10월)'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 'SB8(11월)' 단 2건 뿐이다. 에이치엘비의 항암제 '리보세라닙'과 한미약품 경구용 항암제 '오락솔', 메지온 단심실증 치료제 후보물질 '유데나필' 등의 1분기 허가신청이 점쳐지지만 연내 결과가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은 편이다.
지난 2016년과 2017년 각각 3개 FDA 품목 허가 이후 꾸준히 품목수를 늘려온 국산 FDA 허가 의약품이 올해 주춤한 배경으로는 지난해 임상 3상 단계에 있던 품목들의 고배가 꼽힌다. 연초 미국 임상 3상을 앞뒀던 코오롱생명과학 유전자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의 성분 변경 파문을 시작으로 신라젠, 헬릭스미스, 비보존 등이 줄줄이 부정적 결과를 받아들었다. 때문에 당초 예상에 비해 FDA 허가 기대 품목이 대폭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의약품 개발이 호흡이 긴 과정인 만큼 그 해에 허가품목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해서 국산 기술력의 경쟁력에 의구심이 제기될 요소로 작용하진 않는다"라며 "다만, 지난해 막바지 임상 단계에서 실패한 품목들이 유독 많았던 만큼 당초 예상에 비해 올해 허가가 예상되는 품목이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