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암호화폐(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 대한 800억원대 과세로 연초부터 업계가 뒤숭숭한 분위기다. 빗썸은 세금 납부를 마쳤으나 법적 구제 절차를 통해 과세 정당성을 다툴 방침이다. 암호화폐와 관련된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황에서 나온 이번 과세와 함께 지난해 말부터 이어져온 업비트 해킹 사건 등으로 제도권 진입을 눈앞에 둔 업계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서울 강남구에 있는 빗썸 고객상담센터. 사진=뉴시스
7일 업계에 따르면 빗썸에 대한 과세와 관련 국세청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기획재정부도 "조세 열거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개인의 가상통화 거래 이익은 열거된 소득이 아니기에 소득세 과세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아직 과세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국세청의 외국인 소득세 과세방침은 업계에 혼란을 주기에 충분한 이슈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기재부는 이미 가상자산의 소득세 과세방침을 올해 세법 개정안에 담을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으며, 국세청의 과세는 업계 압박보다도 세수확보를 위한 목적인 큰 것으로 보인다. 국세는 소득발행 시점 이후 5년이 지나면 과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과세와 관련 소득 기준의 실효성도 논란거리 중 하나다. 투자금이 폭락해 손절 차원으로 손해를 감수하고 출금해도 출금에 대한 과세가 이뤄지는 셈인데, 실제 거래 이익이 아닌 데도 세금을 부과할 경우 투자자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타 거래소 사이의 조세 형평성도 문제다. 일단 빗썸 이외에 거래소들은 과세 당국으로부터 관련 조치를 받은 것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업계에서도 사태 추이를 면밀하게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암호화폐를 어떻게 과세할지 명확한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당국이 섣부르게 세금 걷기에 나서 산업 전체가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블록체인 개념도. 사진=픽사베이
최근 업계에는 과세 이슈 이외에도 전체적으로 부정적인 이슈가 많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탈블(탈블록체인, 블록체인업계 이탈)'이라는 자조 섞인 신조어도 등장했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지지부진한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통과 소식, 업비트 해킹 사건, 알트코인의 잇단 퇴출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며 위축되고 있는 모습이다. 특금법은 여야 이해가 엇갈리는 법안이 아님에도 지난해 정기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채 임시국회 처리를 기다리고 있다. 알트코인의 경우 뚜렷하게 성공한 서비스 코인이 탄생하지 못했으며, 최근 거래소의 강화된 상장·폐지 정책에 따라 거래가 종료되는 부실 코인이 대거 발생하는 상황이다.
국내 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이번 과세 논란을 두고 "침체 중인 시장을 더 얼어붙게 만드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면서 "명확한 기준 없는 세수확보보다 특금법이 통과되고 시행령을 통해 세부 사항이 마련되는 시점이니만큼 이에 발맞춘 가이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거래소의 관계자 또한 "우선 특금법 입법부터 시작해 올해 암호화폐에 대한 전반적인 규제 가이드라인이 명확하게 도입돼야 한다"며 "그래야 글로벌에서 뒤처져있는 블록체인 암호화폐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픽사베이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