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7일 발표한 올해 신년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 여건 조성을 위한 다양한 남북교류안을 제시한 가운데, 통일부도 관련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북한은 아직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최근 미국과 이란의 대립이 격화되는 등 국제정세가 요동을 치면서 조만간 대남 메시지가 나올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8일 정부서울청사 정례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의 신년사와 관련해 "앞으로 유관부처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남북 협력을 위한 현실적인 방안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 결과 보도에 대한 논평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남북 접경위원회 설치에 대해선 "비무장지대(DMZ)나 접경지역에서의 군사적 신뢰 구축 문제, 교류 문제, 생태 등의 부분들에 대해 협력을 통해 나름 기여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다고 본다"며 "앞으로 'DMZ가 한반도와 국제평화의 핵심'이라는 인식하에서 계속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DMZ 유네스코 세계유산 남북 공동 등재에 대해서도 "기관 간의 정보공유, 협력 방안들에 대해 계속 논의를 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독자적으로 추진해 나갈 수 있는 부분들은 계속 추진해 나가고, 또 관련 부처와 협의를 거쳐 북측과 공동으로 해야 할 부분들은 필요한 구체적 방안들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 대변인은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 대사가 "남북관계와 비핵화의 속도가 맞춰져야 한다. 미국과 협의가 필요하다"며 일종의 '속도조절론'을 주장한 것에 "우리가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라며 "운신의 폭을 넓혀 나가면서 우리가 독자적으로 해나갈 수 있는 일은 최대한 진전시켜 나간다는 입장"이라고 일축했다.
실제 통일부는 남북 민간 교류를 담당하는 교류협력국을 '교류협력실'로 격상하고, '접경협력과'를 신설하는 내용의 조직 개편안을 마련해 이르면 이번 주 입법 예고할 예정이다. 접경협력과는 DMZ 남북공동실태조사 등 DMZ와 관련된 일을 담당한다. 남북 공식교류가 난항을 겪는 상황에서 민간협력과 DMZ 관련 협력을 강화해 돌파구를 찾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의 신년사 대북제안에 대해 북한이 어떠한 입장을 낼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북한 관영매체들이 사설과 기사 등을 통해 북한의 대북제재 극복을 위한 '자력갱생, 정면돌파'의 무게추가 경제부분에 있다는 것을 연일 강조하고 있어, 결국 상황에 따라 개방과 경제협력의 길로 가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노동신문은 8일 '오늘의 정면돌파전에서 기본전선은 경제전선'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고 "더 이상 우리를 힘으로 압살할 수 없게 된 제국주의 반동들은 공격의 예봉을 경제분야에 돌렸다"면서 "우리가 앞으로도 적대세력들의 제재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기정사실화된 현 정세는 우리가 각 방면에서 내부적 힘을 보다 강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제일 중요한 방면이 바로 경제전선"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중국 관영언론 '차이나데일리'는 같은 날 사설에서 문 대통령의 신년사 제안에 대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모멘텀이 유지될 수 있다는 귀중한 한 줄기 희망을 준다"면서 "북한 최고 지도자는 문 대통령이 제시한 소중한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 국무부 고위관계자는 7일(현지시간) 출입기자들과의 비공개 브리핑에서 "지난 1년간 북한의 활동과 미사일, 시험 모든 다른 것들이 매우 감소한 것을 봤다"며 "2019년은 좋은 한 해였다. 이것이 계속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긍정 평가했다. 지금까지 북미대화의 성과에 만족하고, 대화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순천린비료공장건설현장을 현지지도 했다"고 7일 보도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