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업계의 종말' 보여준 CES

입력 : 2020-01-09 오전 1:21:24
[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인공지능(AI)과 모빌리티. 
 
지난 7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0에 모인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내세운 미래 비전이자 생존을 위한 필수 경쟁력이다. 이번 CES에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전세계에서 가전 제조사·자동차 제조사·이동통신사·IT 서비스 기업 등 다양한 기업들이 참가했다.
 
이들은 기존에는 가전·자동차·이동통신 서비스 등 각자의 영역에서 비슷한 사업을 하는 기업들과 경쟁했다. 하지만 이번 CES는 이른바 '업계'의 영역은 사라졌다는 것을 보여줬다.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아니더라도 AI 경쟁력은 업종을 막론하고 모든 기업에게 필수 경쟁력으로 떠올랐다. 스마트폰·가전·자동차에 AI는 필수 기능이다. 이에 각 제조사들은 자체적으로 AI 플랫폼을 갖추거나 기존의 AI 플랫폼을 자사의 제품에 장착하고 있다. CES의 단골손님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자사의 AI 플랫폼과 이를 활용한 서비스를 미래 비전으로 제시했으며 현대자동차와 SK텔레콤도 각자의 AI를 선보였다. 미국 항공사인 델타도 AI가 적용된 웨어러블 로봇을 시연해 눈길을 끌었다. 
 
AI와 함께 이번 CES를 지배한 것은 모빌리티다. 자동차 제조사의 부스가 아닌 다른 업종의 부스에서도 자동차가 전시된 모습은 이제 흔히 볼 수 있다. 자율주행차는 첨단 기술의 집합체로 꼽힌다. 차가 스스로 움직이려면 주변의 상황을 인지하고 판단을 내리기 위한 사물인터넷(IoT)과 AI 플랫폼, 대용량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클라우드에 전송할 수 있는 5세대(5G) 통신망, 음악·영상 등 차량 내부에서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등이 필수적이다. 자율주행에 최적화된 도로와 나아가서는 도시도 스마트시티로의 재설계가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주요 기업들은 각자의 기술을 내세워 자율주행차 시대에 뒤지지 않기 위해 모빌리티 경쟁력을 쌓고 있다. 자신이 부족한 영역이 있다면 다른 업종의 기업들과 과감히 손을 잡는다. 이 과정에서 업계의 경계란 자연히 사라진다. 어떤 업종의 기업과도 경쟁하거나 협력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셈이다.
 
기업들은 이러한 변화의 물결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은 물론 기업 문화도 바꿔야 하는 과제도 떠안았다. 구성원들이 업계의 종말 시대를 자각하고 개개인의 경쟁력을 키워야 하도록 이끌어야 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제조사가 스마트폰만 많이 팔고, 이동통신사가 통신 가입자만 늘린다고 먹고 살 수 있는 시대는 막을 내렸다. 
 
라스베이거스(미국)=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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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