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도 괜찮을까"…저가공세에도 제동 걸린 중동항공사

"두바이·아부다비 경유 불안"
이란 영공 통과하는 카타르 항공…항공권 취소까지

입력 : 2020-01-10 오전 6:12:03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저렴한 항공권을 내세워 국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온 중동항공사들의 성장세에 비상이 걸렸다. 유럽으로 향하는 중동항공사 노선의 경우 이란과 인접한 두바이와 아부다비 등에서 경유해야 해 안전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9일 항공·여행업계에 따르면 유럽여행 정보를 공유하는 포털사이트 카페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중동항공사 이용이 불안하다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에티하드항공 티켓을 산 한 여행객은 "경유지가 이란과 상당히 접해 있어 불안하다"며 항공권 취소를 고민하고 있다고 불안감을 호소했다. 고민 끝에 이미 결제한 중동항공사 티켓을 취소한 사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전날 이란 테헤란 이맘 호메이니 국제공항에서 출발한 우크라이나 인터내셔널항공(UIA) 여객기가 추락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공포는 더욱 확산되고 있다. 사고가 난 항공기 기종은 보잉 737-800으로 최근 잇따른 사고를 낸 보잉 737맥스의 이전 모델이다.
 
현재까지는 기술적 결함이 사고 원인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란의 미사일 공격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란 당국은 사고 항공기의 블랙박스를 확보한 후 "미국 보잉사에는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며 미국에 대한 적개심을 또 한번 드러냈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고조되며 중동항공사에 대한 소비자 불안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위부터 에티하드항공, 에미레이트항공, 카타르항공 항공기. 사진/각사
 
중동항공사는 그동안 자국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을 등에 업고 저가 공세를 펼쳐왔다. 게다가 항공기도 '꿈의 항공기'라고 불리는 에어버스 A380을 사용하고 있어 국내 여행족 사이에서 인지도도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국내에 취항하는 중동계 항공사는 아랍에미리트 국적기 에티하드항공, 두바이를 거점으로 둔 에미레이트 항공, 카타르 국적기 카타르항공이 있다. 수요는 주로 유럽으로 향하는 환승객이다.
 
인천을 출발한 에티하드항공과 에미레이트항공이 파키스탄 영공을 이용해 각각 아부다비와 두바이로 가는 것과 달리, 카타르항공은 이란 영공을 지나 도하로 향한다. 단 미국과 이란의 분쟁이 극에 달하며 항공사들이 항로를 변경하고 있기 때문에 카타르항공도 앞으로 이란 영공을 피해갈 가능성은 있다.
 
이처럼 중동항공사에 대한 여행객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이들의 인기가 떨어지더라도 국내 국적사들로 그 수요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7~8월 성수기 기준 중동항공사들이 내놓은 유럽 항공권은 최저 60만원대부터 시작하는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모두 100만원 이상이기 때문이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저렴한 가격을 위해 중동항공사를 택했던 소비자라면 가격대가 비슷한 항공권을 찾을 것"이라며 "국적사보다는 중국계 항공사나 다른 외항사를 선택할 가능성이 더 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카타르항공 인천~도하 노선 항로. 사진/flightradar24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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