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문식 기자] 경기도가 일제강점기 당시 바뀐 도내 지명 바로잡기에 나선다. 도는 일제 잔재 청산과 지역 역사성·정체성 회복을 위해 도내 31개 시·군을 대상으로 행정구역 명칭 변경 의사 여부를 수렴 중이고, 향후 대상지가 확정되면 행정구역 명칭 변경을 통해 고유한 행정지명 복원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16일 밝혔다.
도가 도내 398개 읍·면·동을 대상으로 일제강점기 당시 명칭 변경 여부를 조사한 결과, 이 가운데 약 40%인 160곳이 고유의 명칭을 잃은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은 일제강점기에 식민 통치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1914년 대대적으로 행정구역을 개편하고 우리나라 지명을 변경했다.
도내에서는 두 지명에서 한 자씩 선택해 합친 합성지명이 121곳으로 가장 많았다. 대표적인 합성지명 사례는 성남시 서현동이다. 1914년 행정구역 개편 때 일제는 둔서촌·양현리·통로동 등을 병합하면서 한 글자씩 따 서현동으로 바꿨다. 수원시 구운동·성남시 분당동·용인시 신갈동·화성시 매송면 등도 두 곳 이상의 지명을 합성해 만든 지명이다.
경기도는 지난 14일 도청 신관 4층 대회의실에 걸린 역대 도지사 액자 중에서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1대·2대·6대·10대 도지사 액자 밑에 친일 행적을 부착했다. 사진/경기도
일제가 식민 통치의 편리성을 위해 숫자·방위·위치 등을 사용해 변경한 사례는 29곳이었다. 광주시 중부면과 연천군 중면이 이에 해당한다. 광주시 중부면은 1914년 군내면과 세촌면을 통합하면서 방위에 따른 명칭인 중부면으로, 연천군 중면의 경우 ‘연천군의 중앙에 위치한다’고 해서 중면으로 개칭했다.
일제가 기존 지명을 삭제한 후 한자화한 지명은 3곳이었다. 부천시 심곡동이 대표적으로, 일제는 1914년 조선시대 고유지명인 먹적골·벌말·진말을 병합하면서 심곡동으로 변경했다. 도에 따르면 심곡은 원래 토박이말로 ‘깊은 구지’라는 뜻이다.
지명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향토정서가 왜곡된 사례도 있었다. 안성시 일죽면이 대표적이다. 일제는 1914년 죽산군을 폐지하며 남일면·남이면·북일면·북이면·제촌면을 안성군 죽일면으로 만들었으나, 듣기에 따라서는 욕이었기 때문에 이듬해 일죽면으로 변경됐다.
경기도는 지난 14일 도청 신관 4층 대회의실에 걸린 역대 도지사 액자 중에서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1대·2대·6대·10대 도지사 액자 밑에 친일 행적을 부착했다. 사진/경기도
조문식 기자 journalma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