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베트남이 삼성의 세계 최대 전략 생산거점이 되게 해달라."(지난해 한-베트남 비즈니스 포럼 당시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
"한국과 인도네시아가 함께 세계 경제 시장에서 좋은 결과를 얻길 바란다."(2016년 방한 당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국가수반이 상호 경제 발전을 위해 나란히 한국에 건넨 말이다.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을 대표하는 두 국가의 적극적인 외자 유치 의지는 '새로운 땅'을 찾는 국내 전자업계에 절호의 기회가 되고 있다.
응우옌 쑤언 푹(앞줄 왼쪽) 베트남 총리와 허창수 전경련 회장이 지난해 11월28일 오전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한-베트남 비즈니즈 포럼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아세안은 세계에서 3번째로 많은 인구(6억5000만명)와 5번째로 큰 국내총생산(GDP) 규모(2조9000억달러)로 한반도 경제 영역 확장을 위해 반드시 확보해야 할 시장이 됐다. 중국·미국에 이어 한국의 제3대 수출국인 베트남과 2018년 기준 GDP 1조421억7330만달러(약 1208조4000억원)로 아세안에서 가장 큰 경제 시장을 가진 인도네시아는 '한류 열풍'이라는 공통분모까지 더해져 국내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아왔다.
현재 베트남 내 최대투자국은 다름 아닌 한국이다. 이러한 결과 배경에는 지금으로부터 20년도 더 된 시점에 시장 개척 의지를 드러낸 국내 기업의 과감한 결단이 있었다. 1995년은 국내 전자업체가 베트남 공략에 나선 원년이었다. 삼성전자는 이때 베트남 호찌민에 법인을 설립하며 첫 삽을 뜬 뒤 2008년과 2013년 박닌성 등에 잇따라 휴대폰 생산공장을 지으며 본격적인 베트남 시장 잡기에 나섰다. 삼성 베트남 공장의 스마트폰 생산량은 연 1억5000만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LG전자도 1995년 호찌민에 법인을 설립한 뒤 하이퐁 통합생산공장을 만들어 TV와 세탁기 등을 자체 생산하고 있다.
삼성과 LG는 인도네시아에도 조기 진출했다. 삼성전자는 1991년 인도네시아에 진출해 내수 판매용 스마트폰 제조 공장을 구축했다. 1990년 인도네시아로 넘어온 뒤 생산 기지를 구축한 LG전자는 2006년 자카르타 2개 법인을 통합하고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섰다.
지난해 2월21일 박닌성 옌퐁공단의 삼성전자 공장. 사진/뉴시스
한국 등 외국 기업의 활발한 투자가 이어지면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의 경제는 빠르게 성장했다. 베트남 통계총국의 발표에 따르면 베트남의 지난해 GDP 성장률은 7.02%로 애초 정부의 목표치였던 6.6∼6.8%를 초과 달성했다.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 2018년 GDP 성장률(7.08%)에 근접한 수치다. 인도네시아의 지난해 GDP 성장률은 5.1%로 최근 5년간 5%대를 꾸준히 유지하며 단단히 자리 잡았다.
역대 최고의 성장기를 누리고 있지만 양국은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더 많은 투자를 원하고 있다. 푹 총리가 직접 나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삼성의 성공이 베트남의 성공"이라고 말하는가 하면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K팝이 좋다"고 친근감을 표시하는 등 중국 외 시장을 노리는 한국 기업에 '어서 오라'고 손짓하고 있다. 값싼 노동력, 풍부한 천연자원, 규제 완화 등의 '당근'은 덤이다.
미국과 무역 전쟁 후 보호막을 친 중국 시장의 한계를 절감한 정부도 양국을 경제 확장을 위한 파트너로 보고 정책 속도를 높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11월 푹 총리에게 "한국 베트남 스마트시티 협력 센터를 설립해 양국 마스터플랜을 만들자"고 제안했고 아세안 국가로는 처음으로 인도네시아와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을 타결했다. 협정이 발효되면 대인도네시아 수출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자동차 및 부품, 열연·냉연·도금강판, 합성수지 품목 등의 관세가 철폐된다.
조코 위도도(앞줄 가운데)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로산 로에슬라니(알줄 오른쪽) 인도네시아 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2018년 9월10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인니 산업협력포럼에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안내를 받으며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자 기업도 여러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지난해 11월 "2~3년 내에 한·베트남 간 교역 1000억달러(약 115조9000억원) 시대가 열릴 것으로 확신한다"며 경제교류 확대를 제안했다. 전자업계도 힘을 내고 있다. 삼성은 2022년 하노이에 연구개발(R&D) 센터를 개관하고 삼성전자의 투자전문 자회사 삼성벤처투자가 최근 인도네시아 온라인 부동산 스타트업 '트레벨리오'가 조달한 1800만달러(약 208억원) 투자에 참여했다. LG전자도 2028년까지 15억달러(약 1조7000억원)를 투자해 하이퐁 캠퍼스 내 글로벌 생산 기지를 구축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류에 많은 영향을 받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는 이전부터 국내 기업의 많은 관심을 받아왔다. 최근 갑자기 두 국가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은 아니다"라며 "근래 들어 동남아 시장 전체가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두 국가의 중요도도 점점 더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