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쇼호스트, 상품 아닌 '라이프' 파는 사람"

NS홈쇼핑 막내 쇼호스트 '용소정'…공연기획·패션 어드바이저 등 이색 이력 갖춰

입력 : 2020-01-26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은별 기자] "쇼핑호스트는 상품을 돋보이게 하는 역할이에요. 내가 돋보이고 싶다면 다른 직업을 추천드려요. 끼가 있고 통통 튀는 매력을 갖추는 것뿐만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대본 없이 프로그램 방향을 이끌어 가기에 전체적으로 기획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해요."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카페에서 만난 용소정 NS홈쇼핑 쇼호스트는 화려한 패션 센스와 눈에 띄는 뚜렷한 이목구비를 갖추고 있었다. 밝은 웃음으로 맞아준 용소정 쇼호스트에게서는 쾌활함은 물론 주위를 밝게 빛내는 듯한 활기찬 에너지도 느껴졌다.
 
용소정씨는 독특한 이력을 갖춘 NS홈쇼핑 막내 쇼호스트다. 용소정 쇼호스트는 자신의 직업을  '좋아하는 일의 교집합'이라고 소개했다. 뮤지컬 배우를 꿈꿨던 그는 연극영화과를 전공하며 약 1년간 준비하다 우연한 기회로 공연기획일에 들어섰다. 한 신진 공연단체의 제안으로 부산국제연극제에 참여했고 대상을 수상했다. 이를 발판 삼아 세계 3대 공연 예술 축제 중 하나인 '에딘버러 국제 페스티벌'에 참가했다. 소위 '깡'으로 밀어붙였던 그는 세계적인 페스티벌에서 최고 작품상을 수상하며 젊은 감각을 갖춘 공연기획자로 자리 잡았다.
 
당시 용소정 쇼호스트는 공연기획자 일에 열정을 다했지만 쉽지만은 않았다. 불규칙한 생활에 건강이 무너진 그는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고 이후 지인의 제안으로 롯데백화점 편집매장에서 근무하게 됐다. 아르바이트로 시작한 직업이었지만 남성 고객들에 스타일링 제안을 해주며 '패션 어드바이저' 직함을 얻었다.
 
공연기획자, 패션 어드바이저 모두 즐기면서 성과를 낼 수 있는 일이었지만 마음 한편에는 늘 방송에 대한 갈증이 남아있었다. 그때 대학 시절 지도 교수였던 배우 정보석의 말이 떠올랐다고 한다. "정 교수님이 쇼호스트를 생각해보라고 제안한 적이 있었어요. 처음에는 홈쇼핑이 판매만 하는 채널인 줄 알았는데 토크쇼 같고 재밌었죠. 그때 느꼈어요. '제2의 인생은 이거다'라고."
 
아직 쇼호스트 2년 차를 경험하고 있는 막내지만 직업에 대한 열정만큼은 10년 차 쇼호스트 못지않았다. 특히 방송인 중 하나가 아닌 '쇼호스트'만을 바라보고 준비한 만큼 직업 이해도가 뛰어났다. 용 쇼호스트는 '쇼호스트만이 프로그램의 흐름을 잡아나갈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인플루언서, 가수, 개그맨 등 다양한 직업군들이 홈쇼핑 방송에 등장하고 있지만 결국 따로 대본이 없어 쇼호스트가 이끄는 방향대로 프로그램이 흘러간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연예인 등이 게스트로 등장했을 때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건, 자기 라이프와 주변 라이프를 함께 팔기 때문"이라며 "쇼호스트는 돌아가는 채널 속에서 이목을 집중시켜야 하기 때문에 상품 판매를 목적으로 두는 게 아니라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 라이프를 파는 사람이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실제 용 쇼호스트는 판매 방송에 생생한 스토리를 담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기본적으로 상품을 꼭 써보고 확인해보는데, 아직 제 경험으로 알기에는 너무 다양한 상품군들이 존재해요. 공부를 하는 것도 있지만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물어봐요. 아파트에서 마주친 분을 붙잡고 어떤 혈관 제품을 드시는지 물어본 적도 있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쇼호스트 생활을 하며 느낀 홈쇼핑 채널의 가장 큰 장점으로 '신뢰'를 꼽았다. 특히 NS홈쇼핑의 경우 TV 채널 기준 식품 비중이 60%가 넘기 때문에 상품 선정부터 방송까지 과정이 까다롭게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용 쇼호스트는 "SNS나 유튜브에서 파는 것과 홈쇼핑의 다른 점은 믿을 수 있는 상품인가 아닌가에요. 정말 상품을 들여올 때 백화점 식품 코너처럼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요"라고 전했다. 그는 "방송 심의도 정말 까다롭기 때문에 식품이나 건강기능 식품 방송 때 하지 말아야 할 말도 신경을 많이 써요. A라고 절대 부르지 않으면서 A라는 걸 알려줘야하는 느낌이죠"라고 덧붙였다. 
 
용 쇼호스트는 홈쇼핑 채널의 미래에 대해서도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그는 "홈쇼핑 채널이 온라인, 모바일 등에 밀릴 거라는 말이 많은데 합쳐지거나 융합이 되는 새로운 방향으로 갈 거라고 생각해요"라며 "NS홈쇼핑은 모바일로 상품을 파는 '띵라이브'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쪽이 성장하면서 쇼호스트가 좀 더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됐어요"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용소정 쇼호스트는 소비자에게 신뢰를 한층 더해 줄 수 있는 이미지를 구축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1년간 일하며 다양한 상품을 경험하고 전반적으로 살펴봤다면 앞으로는 공연기획자의 영향력, 패션 어드바이저의 감각을 접목해 소통하는 '제 쇼'를 하고 싶어요. 시청자들이 저를 봤을 때 솔직하고 확실하게 '아닌 건 아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이라고 느낄 수 있는, 신뢰감 있는 쇼호스트가 되고 싶어요"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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