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2018년 8월 설립된 주식회사 '마지막삼십분'은 주차에 들어가는 삼십분(30분)을 아껴주는 기업이다. 도심에서 주차에 쏟아야하는 평균 30분의 문제를 해결하자는 고민에서 사업이 시작됐다. 마지막삼십분의 실시간 주차대행 서비스 '잇차'는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질 수밖에 없는 주차 공간 찾기, 주차 하기 등의 주차 문제를 해결한다.
잇차는 주차호출-주차완료-출차호출로 이뤄진다. 앱에서 목적지를 입력하고 해당 장소로 이동하면 차량 탁송직원인 '링커'에게 차를 넘겨준다. 이어 링커가 주변의 주차장에 차량을 주차하며 출차호출을 받으면 원하는 곳에 차량을 이동해주는 방식이다. 사용자는 주차에 들어가는 수고를 덜고 목적지에서 할 일에만 집중할 수 있다. 마지막삼십분의 이정선 대표는 "주차장을 찾거나 예약할 필요 없이 자신이 가고자 하는 목적지 바로 앞에서 주차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종로, 강남 일대에서 서비스 중인 잇차는 2시간 기준 8500원, 3시간 기준 9900원이다. 3시간 기준 9900원은 주차장 요금, 플랫폼 노동자인 '링커' 인건비, 회사 수입 등이 3분의1씩 차지한다. 잇차는 강남·서초·종로·마포 등에 주차장 2000면을 확보하고 있다.
서울 한복판의 민영 주차장에서 3시간 기준 3300원의 주차요금이 어떻게 가능할까. 이 대표는 "처음엔 주차장 확보가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주차산업을 이해하고 나서는 민영 주차장에 사업을 제안하는 방식을 바꿨다"며 "주차장의 경우 한 면을 종일권을 끊어 주차하는 것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24시간 회전하는 게 수익성이 좋은데, 이 부분은 숙박산업과 비슷하다"고 언급했다. 실제 적자를 보던 민영 주차장들은 20%가량 매출이 상승하고 있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이처럼 잇차는 사용자-플랫폼 노동자(링커)-민간 주차사업자를 이어 3자 모두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모두의주차장' 등 기존 주차 관련 서비스들이 정보 제공에 머물렀다면 잇차는 주차대행까지 더해 한 걸음 더 들어간 서비스인 셈이다. 이 대표는 "잇차는 기존 정보 기반의 서비스에서 나아가 주차장, 주차가 필요한 사용자를 연결하는 상위 플랫폼"이라고 말했다. 잇차 서비스에는 200여명의 링커 풀이 있고, 주 단위로 서비스를 제공할 준비를 한다.
마지막삼십분은 단순한 주차 서비스기업에 머무르지 않으려 한다. 소셜 임팩트를 지닌 기업으로 실제 잇차는 도심 재생사업에도 활용되고 있다. 국토교통부 '스마트시티 챌린지' 공모 사업에 선정된 부천시 삼정동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잇차를 포함한 모빌리티 기반 서비스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했는데, 불법 주정차, 협소한 주차 공간 등으로 골머리를 앓는 원도심의 주차문제를 해결하는 데 힘을 합치고 있다. 이 대표는 "주차문제를 얼마나 잘 해결하느냐는 도심재생과 굉장히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골목길 불법 주정차로 소방차가 진입하지 못하는 등의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잇차 서비스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주거 지역에서의 주차문제는 단순하다. 주거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는 주차하기를 꺼리게 되고, 주택가 주변 골목에 차량이 밀집하게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택가에서 떨어져 있는 상가, 쇼핑몰 등의 주차장 공간을 활용한다. 부천시 사례를 보면 삼정동 주변에는 테크노파크, 이마트 등 주거지와 조금 떨어져 있는 곳에 여유 주차공간이 있다. 이 주차공간을 활용하되 사용자와 주차공간 사이의 먼 이동 동선의 문제는 잇차 서비스, 공유 킥보드, 대리주차, 마을 공유 차량 서비스 등을 활용해 채우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마을 안에는 차량이 없어지고 골목은 되살아나는 선순환이 발생한다. 이 대표는 "마을에 주차 차량이 줄어들게 되면 일정 부분 녹지화도 진행할 수 있고 무엇보다 차량 때문에 보행의 위험성이 높은 고령층, 아이들의 안전도 지킬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요컨대 잇차 같은 ICT 서비스가 일종의 차 없는 골목을 조성해 마을의 안전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마을 일자리 창출 또한 부수적 효과로 기대할 수 있다. 주차를 마을 바깥으로 끌어낼 경우 사람의 이동 문제가 남는데, 잇차가 마을 주민들을 '링커'로 활용해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다. 이 대표는 "머무름이 바뀌면 사람들의 삶이 바뀐다"며 "주차대행서비스가 가져올 파급효과는 궁극적으로 도시의 변화"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삼십분은 현재 현대자동차 등의 투자(프리-A)를 받는 등 사업 확장을 위한 발판을 다지고 있다. 올해는 서비스 지역 확장이 최우선 목표다. 이 대표는 "서울 10개구에서 최대 18개구로 서비스 지역을 확장하는 게 목표"라며 "내년에는 서울, 경인, 부산 내후년에는 중국 쪽으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단풍의 계절인 가을에 설악산입구, 금토일엔 속초·양양, 여름철 제주도 등 세밀한 타깃 지역, 시간대를 공략해 디테일한 사업 확장을 꾀한다는 구상이다.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