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29일 "금융그룹에 대한 위험관리시 지배구조와 같은 비재무적 위험도 세밀하게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은 위원장은 이날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한국금융연구원·자본시장연구원 주최로 열린 '금융그룹 감독제도 향후 추진방향' 세미나에서 "감독당국도 금융그룹이 보다 안정적인 제도적 기반을 토대로 그룹 위험을 관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그는 "금융그룹 위험에 대한 평가가 개별 금융업권 규제와 중복되지 않도록 그룹리스크 평가방안을 정교화하겠다"면서 "재무적 위험뿐만 아니라 지배구조와 같은 비재무적 위험도 세밀하게 살펴보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금융그룹 감독제도는 금융 계열사의 동반 부실로 해당 금융회사는 물론 소비자들까지 피해를 보았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문재인 정부 국정 과제로 추진했다"며 "모범규준으로 제도를 시범 운영한 결과 그룹 위험관리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됐고, 대표회사 중심의 위험관리체계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금융그룹감독제도는 금융자산 5조원 이상으로 여수신·보험·금융투자업 중 2개 이상의 금융업을 영위하는 복합금융그룹을 감독대상으로 지정해 금융그룹 차원의 다양한 금융위험을 감독하는 체계를 말한다. 현재 감독 대상은 삼성, 현대차, 한화, 미래에셋, 교보생명, DB 등 6개 그룹이다. 지금은 법제화 전 단계로, 지난 2018년 7월 행정지도의 일종인 모범규준을 만들어 시범운용 중이다.
특히 민병두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은 "금융그룹감독은 금융시스템의 안정과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제도"라며 "국회 차원에서도 금융그룹감독 법제화가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반면 정무위 자유한국당 간사인 김종석 의원은 "문재인정부가 이 제도를 밀어붙이는 진짜 의도는 금융감독을 빌미로 국가가 기업 경영에 더 깊숙이 개입하겠다는 것"이라며 "사회주의적 경제노선의 일환"이라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시장경제와 현실을 무시하고 이념적 잣대로 기업활동을 옥죄는 문재인정부의 행태로 인해 온 국민들이 이미 큰 고통을 겪고 있다"면서 "우리 경제에 또 다른 족쇄를 채우고 정부가 기업활동을 좌지우지하려는 시대착오적 정치이념과 정부 만능주의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세미나에서는 금융그룹 감독과 관련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박창균 자본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금융그룹의 자본적정성은 그룹차원의 위험요인을 종합적·포괄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면서 "그룹 스스로 위험요인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금융그룹 스트레스테스트 실시, 위험요인별 그룹한도 설정, 계열사별 한도배분 등 관리체계 구축을 유도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국내 금융그룹에는 금융 및 일반기업으로 이뤄진 금산결합이 다수 존재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구조적 특성 및 금융안정 확보 필요성 등을 고려해 추가적인 건전성 기준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재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금융그룹위험을 유형별로 나눠 평가하기 보다는 다양한 그룹위험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그룹위험 평가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또 금융그룹 차원의 주요 위험요인 공시를 통해 시장과 투자자의 자율감시체계가 확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장기적으로는 금융그룹이 스스로 리스크를 측정·관리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감독당국은 그 시스템을 점검하는 소위 필라(Pillar)Ⅱ 제도의 적용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앞줄 왼쪽에서 네번째), 민병두 국회 정무위원장(다섯번째),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여섯번째)등이 29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금융그룹 감독제도 향후 추진방향' 세미나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