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잇몸으로 살려면 관리가 필요하다

입력 : 2020-01-30 오후 2:47:37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진원지인 중국은 물론 각 국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2003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보다 빠른 확산 속도에 사망자 역시 170명을 넘어갔다. 마땅한 백신과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불안감은 더욱 커져가는 분위기다. 
 
치료제 부재로 관심은 온통 방역과 예방으로 쏠리고 있다. 마스크를 비롯한 세정제 등을 제조하는 기업의 주가가 연일 급등하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라는 너무 익숙해 와닿지 않던 옛말을 새삼 실감하게 한다.
 
방역주와 함께 급등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업종은 진단키트 개발사들이다. 신종 전염병이 별다른 증상없이 전파 가능하다는 발표에 전염 여부 확인이 가능한 진단키트 중요도에 무게가 실린 탓이다. 가파른 환자 증가 속 예민해진 사람들의 심리와 진단키트 부족을 염려한 질병관리본부의 민간 진단키트 긴급사용제도 시행은 관련 기업들 상승세에 불을 붙였다. 
 
이처럼 높아진 관심에 진단키트 관련 기업들은 자사 제품과 기술력 홍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지만 모처럼의 기회를 잡기 위해 다소 과열된 양상을 보이는 모양새다. 아직 개발이 완료되지 않았음에도 곧바로 상용화 가능한 것처럼 소개하거나 자사 기술이 유일무이한 것처럼 포장하는 사례도 보인다. 
 
해당 진단키트 기술은 업계가 4주 이내 생산이 가능하다고 입을 모을 만큼 초고난도에 속하는 영역은 아니다. 그렇다고 기술 수준이 낮다는 게 보건당국 차원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지 않다는 의미와 연결돼선 안 된다. 적어도 시류에 편승해 이득을 보려는 일부 기업의 움직임이 오랜 기간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제품 경쟁력을 쌓아올린 기업들의 행보를 막아선 안 될 것이다. 모든 이들의 관심이 방역과 진단에 몰린 만큼 선제적으로 나서 제품 신뢰도에 대한 검증과 옥석가리기가 시급하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살 수 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좋은 품질의 제품을 보유한 기업들이 주목받는 점은 아이러니하게도 시장 입장에선 호재다. 다만 치아를 지지하던 잇몸이 치아의 역할까지 해내려면 평소보다 세심한 주의와 관리가 필요하다. 생소한 신종 바이러스가 출현해 보건위생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더 발빠르고 명확한 기준 확립을 통해 시장이 병드는 일을 막아야 할 것이다. 2차 피해는 병의 전염성 만으로 이미 충분하다.  
 
산업 2부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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