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발주해도 3월 말에나"…방역 마스크 수급도 '빨간불'

신종 코로나 공포에 마스크 생산도 차질…신규 시장 진출도 잇달아

입력 : 2020-02-02 오전 8:00:00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 국내 대형 제약사에 방역마스크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으로 공급하는 한 중소기업은 최근 선지급된 30여억원을 해당 거래처에 그대로 돌려주고 발주를 취소했다. 기존 공장의 캐파(CAPA)로는 밀려드는 주문량을 도저히 소화할 수 없어서다. 이 중소기업 대표는 "한두 해 거래한 곳이 아닌데 주문을 포기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공장이 초토화된 상황"이라며 "하루에만 납품 가능 여부를 묻는 전화를 400통 가까이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지금 제품 주문을 받으면 3월 말은 돼야 납품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호황 아닌 호황에 한숨을 내쉬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 중인 29일 서울 명동의 한 약국에서 관광객들이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사진/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방역마스크에 대한 수요도 크게 늘고 있다. 내국인은 물론 중국인 관광객까지 사재기에 나선 탓에 유통가에서는 물량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하지만 제품을 생산하는 대다수의 중소업체들은 공장을 최대한으로 가동해도 생산 일정을 맞추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중국에 방역마스크를 수출하는 한 무역상사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 발병 후 2000만개 오더를 받았지만 생산 가능한 곳이 없어 확보한 물량이 10만개도 채 되지 않는다"며 "납품 여부도 확실하지 않으면서 단가만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렇다보니 시중에서는 방역마스크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락앤락이 지난 30일 현대홈쇼핑과 진행한 특별생방송은 방송 시작 16분만에 준비된 물량이 모두 팔렸다. 당초 락앤락은 이날의 판매 추이를 본 후 추가 방송 편성을 검토하려 했으나 '16분 매진' 이후 계획을 취소했다. 온오프라인 모든 채널에서의 재고가 소진돼 추가 물량 확보가 어려울 것이란 판단에서다. 현재 OEM 업체와 추가 제품 생산 가능 여부 등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30일 현대홈쇼핑에서 진행된 락앤락 퓨어돔마스크 특별생방송은 방송 시작 16분만에 매진됐다. 사진/락앤락
 
다이소는 복수의 벤더에게 제품을 공급받는 까닭에 아직까지 수급에는 다소 여유가 있지만, 명동 등 유동인구가 많은 일부 매장을 중심으로 품귀현상이 나타나고는 있는 만큼 일정 수준의 재고를 유지하도록 최대한 신경쓰고 있다. 다이소 관계자는 "정기적으로 제품 발주가 되고 있기 때문에 아직 큰 문제는 없다"면서도 "수급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깨끗한나라는 오는 4일 황사방역용마스크 신제품 3종을 출시한다. 사진/깨끗한나라
 
방역마스크가 귀하신 몸이 되자 신규 시장 진출에 나서는 업체들도 늘고 있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장비업체인 한송네오텍은 지난 29일 중국 방역용마스크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본격적인 시장 진출에 앞서 기존 주요 고객사인 BOE와 비전옥스 등에 마스크 1만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깨끗한나라는 오는 4일 황사방역용 마스크 흰색 1종, 황사방역용 마스크 플러스 흰색, 검은색 각 1종씩 총 3종을 출시한다. 휴지, 물티슈, 생리대, 기저귀 등 기존 제품 라인업을 확충하고자 마스크 생산을 준비했는데 때마침 신종 코로나가 발병해 주목을 더 받게 됐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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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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