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중소기업들의 체감 경기가 여전히 안갯 속을 걷고 있다. 장기화된 불황과 소비심리 위축으로 경기 불안 심리가 남아있는 가운데 예기치 않은 전염병 이슈까지 덮치며 경기 회복 기대의 불씨를 위협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30일 발표한 '2020년 2월 중소기업경기전망조사' 결과 중소기업 경기전망지수(SBHI)는 81.2를 기록했다. 지난 1월보다 0.1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2개월 연속 하락세다. 전년 동월대비로는 4.9포인트 상승했다.
자료/중기중앙회
중기중앙회는 "경기 부진과 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경기 불안 심리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라면서도 "전년 동월보다는 2개월 연속 상승해 경기하락 추세가 다소 진정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세부적으로는 제조업의 SBHI가 82.9로 전월대비 0.9포인트 올랐지만 비제조업은 80.3으로 0.6포인트 떨어졌다. 건설업은 81.4로 1.4포인트 상승한 반면, 서비스업은 80.1로 1.0포인트 하락했다.
항목별로는 내수판매(80.3)와 영업이익(78.5) 전망이 전월대비 하락했지만 수출(85.6), 자금사정(78.7) 전망은 상승했다. 역계열인 고용수준(97.0)은 소폭 개선될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3년간 동월 항목별 SBHI 평균치와 비교해서는 전반적으로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제조업에서는 경기전반, 생산, 내수판매, 수출 등 전 부문에서 소폭 개선됐지만 역계열인 설비, 재고, 고용 전망은 다소 악화됐다. 비제조업에서는 경기전반, 내수판매, 수출, 영업이익, 자금사정 전망 등이 개선된 반면 고용 전망은 악화됐다.
이 기간 중소기업인들이 꼽은 경영애로사항은 '내수부진'이 64.3%으로 가장 높았으며 '인건비 상승'(51.9%), '업체간 과당경쟁'(43.3%), '판매대금 회수지연'(20.0%), '원자재가격 상승'(181%) 등이 뒤를 이었다.
다만 이날 발표된 조사 결과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기 전인 지난 15일부터 22일까지 실시돼 해당 이슈의 영향은 반영되지 않았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의 여파가 체감 경기에 얼마만큼의 영향을 미칠 지는 다음달 조사 결과를 확인해봐야 할 것"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소비와 서비스업 등 내수 경기에 조금 더 민감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앞서 지난 2015년 국내에서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직후에도 중소기업의 체감경기는 급격히 위축됐다.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2015년 7월 SBHI는 81.5를 기록, 전월보다 8.5포인트 하락하며 5개월래 최저치에 머물렀다. 업종별로는 제조업(-3.2포인트)보다 서비스업(-12.7포인트)의 낙폭이 더 컸는데, 메르스 여파로 소비심리가 위축돼 체감 경기도 악화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한편 중소벤처기업부는 이번 사안을 재난 상황과 동일한 수준으로 보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행동에 착수했다. 지난 28일 긴급 현안회의를 열어 메르스 사태 당시의 상황 분석, 관광업 등 업종별 단기적 타격 가능성 등을 점검했다.
또한 같은 날 중소기업정책실장을 팀장으로 하는 대응반을 구성해 피해 상황 모니터링에 착수했다. 특히 지방 중소기업청의 수출지원단을 통해서는 수출 중소기업들의 대중국 교역 상황을 면밀히 체크 중이다. 현지의 컨테이너 선적 상황이나 현지 근로자들의 상황을 파악해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선제 조치에 나설 방침이다. 아울러 피해 발생 시 해당 기업에 긴급경영안정자금, 대출금 상환유예 등 제도적 지원 방안도 검토 중이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 2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관련 긴급 현안회의를 개최했다. 사진/중기부
대응반에 참여 예정인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등 유관기관도 현장 점검에 나섰다. 조봉환 소진공 이사장은 지난 29일 지난해 강원 산불 피해를 입었던 강릉의 전통시장을 찾아 "정부도 적극적으로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으니 과도한 불안감은 갖지 않도록 해달라"고 상인들을 다독였다.
중기부 관계자는 "시장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옳지 않지만 재난에 대응하는 사람들은 긴장 속에 있어야 한다"며 "메르스 대응 매뉴얼과 강원 산불 당시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원 경험 등을 토대로 이번 사태도 꼼꼼히 살펴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전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