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지난달 대검찰청 참모 등 고위 간부에 이어 이달 차장·부장검사 등 중간 간부가 인사 이동한다. 이에 따라 수사 지휘·실무 라인이 교체되는 것과 함께 법무부에서도 사건 처리를 합리적으로 결정하도록 검찰에 지시한 만큼 그동안 주요 수사에서 무리한 기소로 논란이 된 검찰의 관행도 개선될지 주목된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3일 고검검사급 검사 257명, 일반검사 502명 등 검사 759명에 대한 인사가 이뤄진다. 이번 중간 간부 인사에서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수사를 지휘한 신봉수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는 평택지청장으로, 조국 전 장관 일가 수사를 진행했던 송경호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는 여주지청장으로 전보된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의혹 수사를 지휘한 홍승욱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는 천안지청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이중 선거 개입 의혹 수사와 관련해서는 인사를 앞두고 관련자를 무더기로 기소하면서 처분의 적절성을 두고 논란이 됐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김태은)는 지난달 29일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과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 한병도 전 정무수석비서관, 황운하 전 대전지방경찰청장, 송철호 울산시장,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 등 13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특히 황운하 전 청장은 이달 4일 이후 소환 조사를 받겠다는 의견을 밝힌 상태에서 재판에 넘겨졌다.
황 전 청장은 이날 자신의 SNS에 "언론을 통해 '곧 소환, 금주 내 소환, 소환 임박'으로 저를 압박하면서도 정작 연락 한 번 없던 검찰은 명예퇴직을 포기하고, 사표 제출 후 총선 출마를 공식화하며 바쁜 일정이 시작되고 나니 그제서야 검찰에 '나와 달라'고 했다"며 "어쩔 수 없는 사전 일정으로 출석을 조금 늦추겠다고 하니 불출석했다고 거짓말하며 '조사 한 번 없는 기소'를 감행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아마도 인사이동 후 그간의 수사가 무리한 수사라는 것이 밝혀질 것이 두려운 나머지 서둘러 '묻지마 기소'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총선이 두 달 보름 앞으로 다가온 지금 검찰이 저에게 '피고 황운하'란 올가미를 씌운 것이다. 선거 개입이 아닐 수 없다"고도 지적했다.
백운찬 더불어민주당 울산시당 수석대변인이 지난달 31일 오전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의 무리한 기소에 항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앞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고형곤)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과 관련한 업무방해 혐의로 지난달 23일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기소한 과정에서는 검찰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린 상태에서 처분이 이뤄져 논란이 됐다. 당시 송경호 3차장검사와 고형곤 반부패2부장검사는 법무부의 중간 인사 발표 30분 전인 그날 9시30분쯤 '소환 조사 후 사건을 처리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이성윤 지검장의 의견에도 지검장의 결재·승인도 받지 않은 채 최 비서관을 기소했다.
이에 법무부는 이를 '날치기 기소'로 규정하고, 적법 절차를 위반 소지에 대해 감찰을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법무부는 이후 그달 28일 전국 66개 검찰청에 '중요 사안의 처리에 관한 합리적인 의사결정과 국민 신뢰를 제고하기 위해 대검찰청 스스로 마련해 시행 중인 '부장회의 등 내부 의사결정 협의체, 검찰수사심의위원회 등 외부 위원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등 다양한 의견의 수렴과 조정을 통해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합리적인 사건 처리가 이뤄지도록 이행에 만전을 기하기 바란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 종합 점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다만 이번 중간 간부 인사에서 선거 개입 의혹을 수사한 김태은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2부장이 유임되고, 아직 주요 관련자 처분이 남아 있어 이를 두고 논란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선거 개입 수사에 대해 무더기 기소를 감행한 당일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다음 날인 30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각각 불러 조사했다.
이와 관련해 윤석열 검찰총장은 인사이동 이후에도 수사란 본연의 임무에 집중할 것을 강조했다. 윤석열 총장은 지난달 31일 대검에서 열린 상반기 검사 전출식에서 "어느 위치에 가나 어느 임지에 가나 검사는 검사동일체원칙에 입각해서 운영되는 조직이기 때문에 여러분의 책상을 바꾼 것에 불과하고, 여러분의 본질적인 책무는 바뀌는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사의 일이란 것은 늘 힘들다. 일이 많아서 힘들기도 하고, 또 어떤 상황에서 법과 원칙을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거기에 대한 저항도 있기 마련이므로 그걸 뚫고 나가는 데 큰 어려움도 있을 수 있다"며 "그러나 이것을 잘 헤쳐나가면서 원칙을 지켜나가는 것이 저희의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청와대의 울산시장 하명 수사, 선거 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