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 기자] 작년 내내 0%대 저물가 현상을 나타냈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3개월만에 1%대를 회복했다. 그간 물가를 끌어내렸던 농산물과 석유류 가격이 상승해서다. 다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국내 경기가 위축되면 물가가 다시 떨어질 우려도 나온다. 신종코로나에 따른 물가영향은 2월 소비자물가 지표에서 가시화 될 전망이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2020년 1월 소비자 물가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4일 통계청이 발표한 '1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5.79(2015년=100)로 1년 전보다 1.5% 올랐다. 상승폭은 2018년 11월(2.0%) 이후 14개월 만에 가장 높았으며 1%대를 회복한 것은 2018년 12월 1.3% 이후 13개월 만에 처음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를 끌어 올린데는 그간 물가 상승률을 낮추는데 크게 작용했던 농산물과 석유류 가격이 상승한 여파다
.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2018년 하반기 무더위로 고물가가 나타난 데 따른 기저효과가 종료된 데다 작황이 악화돼 채소류를 포함한 농산물 가격이 크게 오른 영향
"이라며
"최근 국제유가가 상승하고
2018년 하반기부터 작년 상반기까지 진행됐던 유류세 인하가 종료되면서 기저효과로 석유가격도 큰 폭 상승했다
"고 설명했다
.
실제 지난달 농축수산물은 가을장마 등으로 배추와 무 등 채소류가격이 상승하고, 온난화에 따른 겨울철 어획량 감소로 수산물 가격도 오르면서 상승 전환했다. 특히 채소류 가격이 1년 전보다 15.8% 뛰었는데 무(126.6%), 열무(122.0%), 배추(76.9%), 브로콜리(57.2%), 양배추(54.0%), 상추(46.2%), 부추(33.2%), 깻잎(31.0%), 풋고추(30.0%) 등의 오름폭이 특히 컸다.
석유류 가격도 전년대비 12.4% 뛰었다. 이는 2018년 7월 12.5% 상승한 이후 최대 폭이다. 물가 상승을 끌어올리는 데에 석유류가 기여한 정도가 0.49%포인트로 채소류의 기여도 0.24%포인트보다 2배정도 높았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2월 물가에서 가시화될 전망이다. 물가조사를 한 달에 3차례 하는데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지난달 20일 이후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1월 조사에 영향이 반영됐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안형준 통계청 국장은 "바이러스 감염증의 전개 양상이나 심각성에 대해 판단하기 어려워, 어떤 품목에 반영될지 당장 말하긴 어렵지만 이번 달에는 영향이 반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통계청은 과거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경우 물가에 두드러진 영향을 관측하지 못했고,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때는 레포츠·오락 이용료가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메르스의 경우 놀이시설 이용료가 2015년 7월(-2.7%)과 8월(-2.0%), 레포츠 이용료는 2015년 5월(-4.5%)과 6월(-6.2%) 각각 하락한 바 있다.
한편 통계청은 올해부터 마스크를 예비조사 품목에 포함하고, 물가 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올해 소비자물가지수 개편에서 마스크가 조사대상 품목으로 확정되면 마스크 물가는 내년 말부터 공표된다.
세종=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