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계 "신종 코로나, 지역사회 감염 차단해야…폐렴 전수조사 필요"

이재갑 한림대 교수 "국내 환자, 중국 외 유입사례 많아…유입환자 차단 어려워"

입력 : 2020-02-05 오후 3:47:00
[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국내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진 가운데 과학계가 바이러스의 지역사회 감염을 차단하기 위해 폐렴 전수조사 등을 주문했다. 국내 확진자 중 중국 외 외부 유입 사례가 많아 원천 차단이 사실상 불가능해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재갑 한림대 의과대학 교수는 5일 서울시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처방안' 토론회에서 "현 단계는 지역사회 전파가 더 이상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을 목표로 잡아야 한다"며 "유입환자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의 검역만으로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일선 의료기관이 조금이라도 의심되는 환자가 있으면 진단하고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재갑 한림대 의과대학 교수가 5일 서울시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처방안' 토론회에서 대책 관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과기한림원
 
참석자들은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상황을 예로 들며 검역 시스템의 한계를 설명했다. 이날 오후 14시30분 기준 국내 확진자는 총 18명으로, 이 가운데 7명이 해외 방문 후 감염된 사례다. 바이러스 근원지로 알려진 중국 후베이성 우한을 방문했거나 거주한 확진자는 4명이고, 나머지 3명은 일본, 싱가포르 등 중국 외 지역을 방문한 환자다. 이 교수는 "국내는 중국 외 유입 사례가 많다. 해외 방문이 많아서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종구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는 "12·16·17번 환자(중국 외 지역 방문 환자)의 경우 검역 조치를 취할 환경이 아니었다"며 "물리적, 인위적으로 국경을 막는다고 될 문제는 아니"라고 말했다.
 
유입환자의 원천적 차단이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가 추가 감염을 막기 위해 지역사회 중심의 선제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전문가들은 폐렴 전수조사, 폐렴 선제 격리, 인플루엔자 실험실 감시체계 활용 등을 그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재갑 교수는 "지역사회 전파가 이미 시작한 이상 3~5차 등 숫자를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지역사회 감염이 시작하면 막을 방법이 없다.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사람 사이 전파를 의미하는 지역사회 전파 사례가 나온 만큼 빠르게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5일 서울시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처방안' 토론회. 사진/과기한림원
 
다만 전문가들은 확진자 수가 증가하는 것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경계했다. 이혁민 연세대 의과대 교수는 "진단을 확대하면 환자들이 더 나올 텐데, 이는 지역사회 감염을 일으킬 위험을 관리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환자가 나오는 것을 두려워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또한 감염 환자가 다녀간 국내 방문지를 가는 것에 대해선 "소독하면 (바이러스가) 100% 사멸한다"며 과도한 우려라고 설명했다. 이재갑 교수는 "바이러스 자체는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사망한다"며 "방역당국이 환자가 거쳐 간 곳을 소독하는데, 소독한 곳은 바이러스가 100% 사멸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지역사회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오는 7일 전국 40~50개 민간 의료기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진단할 수 있는 키트를 보급한다. 신규 키트를 활용하면 6시간 안에 검사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이혁민 교수는 "지금까지 중국에 (대책 마련의) 초점이 맞춰졌지만, 이제는 전세계로 확장하고 있다"며 "예측 대응이 어려워진 만큼 현재 방역 시스템이 놓칠 수 있는 것을 막을 진단 시스템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es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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