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중소벤처기업부가 올 한 해 모태펀드를 1조3000억원 출자해 총 2조5000억원 규모의 벤처 펀드를 조성한다. 이를 통해 창업·벤처기업이 제대로 평가받고 투자받을 수 있는 벤처투자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한국벤처투자는 7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2020년 업무계획을 박영선 중기부 장관에 보고했다. 이어 정성인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 백여현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 안신영 에이치비인베스트먼트 대표 등 국내 대표 벤처캐피탈 대표들과 벤처투자 붐 확산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한국벤처투자는 2005년 정부 모태펀드 운용을 위해 설립된 기관으로 중기부·문체부·과기부 등 10개 부처로부터 5조6000억원을 위탁받아 벤처투자 시장에 투자금을 공급하는 국내 유일 벤처투자 전문 공공기관이다. 그간 한국벤처투자는 모태펀드를 통해 총 765개·24조8617억원 규모 자펀드를 조성했으며 6035개 창업·벤처기업에 18조1753억원을 투자했다.
벤처투자 시장에 자금을 전문적으로 공급하는 한국벤처투자 설립 이후 한해 조성되는 벤처펀드 규모는 지난 2004년 기준 5498억원에서 4조1105억원(2019년 말 기준)으로 약 7.5배, 신규 벤처투자는 6044억원에서 4조2777억원 규모로 약 7.1배 성장했다.
특히 지난해의 벤처투자는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는데, 이 같은 성과는 정부와 민간의 노력이 함께 어우러진 결과다. 2017년 모태펀드 대규모 추경(8300억원, 본예산 300억원 포함) 등으로 조성된 펀드에서 전체의 21%를 차지하는 9000억원이 투자돼 정부가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했다.
순수 민간펀드에서의 투자는 전체의 35%인 1조5000억원을 담당했다. 그 추세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투자 증가를 견인하는 데 일조했다. 헬스케어,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분야의 기술이 크게 진보하면서 미래 가능성에 대한 투자가 함께 확대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이다.
아울러 2018년 엔젤투자도 5538억원으로 지난 18년간 깨지지 않았던 제1벤처붐 시절의 엔젤투자액(2000년 5493억원)을 돌파했다.
자료/중소벤처기업부
모태펀드는 개인투자(엔젤투자)가 가장 크게 위축됐던 2011년 엔젤매칭 펀드를 100억원 규모로 신설해 개인들의 벤처기업 투자 리스크를 함께 부담함으로써 개인투자의 구원 투수 역할에 나섰다. 이러한 노력의 토대위에 2018년 소득공제 확대 등 세제혜택이 확대된 것이 큰 영향을 끼치며 엔젤투자의 기록적인 성과를 만들어냈다는 분석이다.
11개 유니콘 중 9곳이 모태펀드 투자로 성장
모태펀드는 벤처투자 시장의 양적 성장에 기여했을 뿐만 아니라 수많은 성공사례도 창출했다.
먼저, 국내에 등장한 11개의 유니콘 중 9개사가 성장 초기에 모태펀드 자펀드의 투자를 통해 성장했다. 9개 유니콘 기업은 모태펀드의 출자를 받은 36개 펀드에서 총 1144억원을 투자받았다. 이 중 일부 투자금은 회수됐는데, 원금 대비 16.4배를 회수하는 놀라운 투자 성공을 거둔 것으로 확인됐다.
간편송금 서비스 '토스'를 서비스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모내펀드 자펀드의 투자를 받아 성장한 유니콘 중 한 곳이다. 사진은 지난해 3월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가 기자간담회에서 토스 서비스를 소개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또한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기업 992개 중 35.3%에 이르는 350개사가 모태펀드 자펀드의 투자를 통해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모태펀드의 투자를 받은 기업은 비 투자기업에 비해 상장까지 소요된 시간이 2.7년이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벤처투자는 앞으로 기업들이 제대로 평가받고 투자받을 수 있는 벤처투자 생태계 조성을 위해 보다 노력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지난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벤처투자 성장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의 예산(1조1000억원)을 포함, 총 1조3000억원을 공급해 벤처펀드를 총 2조5000억원 규모로 조성한다. 세부적으로 올해는 창업 단계와 후속 도약단계를 균형있게 조성할 방침이다.
창업초기, 청년창업 등 스타트업 펀드에는 출자재원의 절반이 넘는 5200억원을 공급해 9200억 규모의 펀드를 조성한다. 또한 혁신적 창업기업의 스케일업 지원을 공고히 해서 유니콘 탄생의 초석으로 삼는다는 방침 아래 점프업 펀드에도 3800억원을 투입, 약 1조원을 조성한다.
그 밖에도 문화, 콘텐츠, 특허 등 섹터별 정책펀드도 3975억원을 출자해 6000억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민간자금을 벤처투자 시장에 유치하기 위한 노력도 강화한다. 연기금, 공제회, 주요 대기업 등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기관투자자와의 협업·소통을 확대한다.
한국벤처투자는 올해 순수 민간펀드 등을 포함해, 총 4조원 후반대의 벤처펀드가 벤처투자 시장에 공급되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벤처 생태계 조성자 역할 강화
한국벤처투자는 그간 펀드 출자자로서의 역할을 뛰어넘어 벤처투자 생태계 조성자로서 역할을 강화할 방침이다. 국내외 벤처캐피탈 네트워크를 활용해 유망 창업·벤처기업이 제대로 평가받고 신속하게 투자받을 수 있도록 투자자와 기업을 끈끈하게 연결할 계획이다.
지난해 출범한 벤처캐피탈 중심의 K-유니콘 서포터즈를 통해 최우량 기업의 유니콘 도약을 중점 지원한다.
한국·프랑스 벤처투자 MOU, AI 분야 협업을 위한 소프트뱅크벤처스 자상한기업 협약 등 지난해 거둔 해외 벤처 네트워크 사례를 더욱 확대하기 위해 해외 유수 투자자와의 협력도 넓혀 나간다.
또한 한국벤처투자는 이외에도 늘어난 자산규모에 맞춰 펀드 심사 공정성을 높이고 최근 기술 동향, 투자 트렌드 등 투자 관련 정보도 시장에 제공하는 등 종합 서비스 기관으로 역할을 해나갈 예정이다.
특히, 출자심의위원회 구성에서 외부위원 비율을 높여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대하고 기술보증기금의 기업평가 전문가 그룹 등을 심의위원에 포함시켜 전문성도 더욱 강화한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