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앵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를 평정했습니다. 감독상과 각본상, 국제영화상과 함께 최고 영예인 작품상까지 수상했습니다. 그 가슴 벅찬 의미를 뉴스분석에서 함께 하겠습니다. 대중문화예설 전문 김재범 기자 나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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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기자, ’기생충’이 오스카로 불리는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4관왕에 올랐습니다. 정말 대단한 결과 아닌가요. 이 정도의 결과 영화 담당 기자로서 예상은 하셨나요? 국내 영화인들의 예상은 어땠나 궁금합니다.
[기자]
우선 ‘기생충’이 후보에 오른 부문이 총 6개 였습니다. 작년까지 외국어영화상으로 불린 국제장편영화상, 그리고 각본상, 편집상, 미술상, 감독상 마지막으로 작품상이었습니다. ‘아카데미 전초전’으로 불린 ‘골든 글로브’에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습니다. 골든 글로브는 아카데미의 향방을 예측해 볼 수 있는 영화상이고, 미국 내 분위기로 아카데미의 국제장편영화상은 가장 유력했죠. 여기에 골든 글로브에서 후보에 올랐던 각본상이 혹시 정도였습니다. 감독상은 워낙 후보들이 쟁쟁했고, 특히나 1917을 연출한 ‘샘 맨데스’ 감독이 골든 글로브에서 봉준호 감독을 제치고 감독상을 수상해 아카데미의 선택도 샘 멘데스 혹은 ‘아이리쉬맨’을 연출한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하지만 예상을 뛰어넘고 봉준호 감독이 감독상 그리고 92년 오스카 역사상 최대 이변인 작품상까지 수상을 했습니다. 한 마디로 92년 오스크 역사가 뒤집어 진 순간이었습니다.
[앵커]
오스카 영화제에서 아시아 감독이 수상한 게 몇 번째 인가요. 그동안 아시아 영화가 홀대 받아서 아시아 영화가 수상을 못해왔던 것인가요.
[기자]
우선 아시아영화가 홀대를 받아왔다기 보단 봉준호 감독이 미국 내 매체와 인터뷰에서 언급한 ‘로컬 시상식’이란 평가가 좀 더 정확할 듯 합니다. 우선 아카데미 후보에 오르기 위해선 가장 기본적인 가이드 라인이 미국 LA지역에서 일주일 이상 연속 상영된 영화를 기준으로 합니다. 아무리 영화적으로 뛰어난 예술성과 완성도를 자랑해도 미국 LA 지역에서 개봉해 7일 이상 상영하지 않으면 후보 자격이 없단 얘기입니다. 그리고 아카데미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세계 3대 영화제와는 성격 자체가 많이 다르죠. 세계 3대 영화제인 칸 베니스 베를린이 예술성에 더 중점을 둔다면 아카데미는 대중성도 상당 부분 고려 대상이 된단 점입니다.
결과적으로 홀대 보단 미국에서 개봉해 어느 정도의 흥행을 한 아시아 영화가 거의 없었다고 봐야 할 듯 합니다. 그리고 아시아 감독으로는 2006년 브로큰 백마운틴, 2013년 라이프 오브 파이를 연출한 대만 출신 이안 감독에 이어 두 번째 입니다 다만 이안 감독은 할리우드 스태프와 할리우드 자본으로 만들어 진 영화로 상을 탔다면 봉준호 감독은 순수 자국 자본으로 자국 스태프와 자국 언어로 만든 영화로 상을 탄 첫 번째 감독이죠.
[앵커]
기생충이 이번 수상으로 여러가지 기록을 남겼다고 하는데 어떤 기록일까요. 그것도 궁금하고 또 자부심을 느끼게 할 지점 같은데요.
그래픽/뉴스토마토 최원식·표영주 디자이너
[기자]
우선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다 수상을 했습니다.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그리고 국제장편영화상 등 주요 4개 부문을 석권했습니다. 아시아 영화로선 최초이자 최다 수상 기록도 ‘기생충’ 몫이 됐습니다. 우선 작품상은 아시아영화 최초이며, 비영어권 영화로서도 최초입니다. 감독상은 대만의 이안 감독에 이어 두 번째이지만 자국 자본의 자국 언어로 만든 영화 감독으론 첫 번째죠. 아카데미 시상식으로만 보면 국제장편영화상(옛 외국어영화상)-작품상 동시 노미네이트 영화로서도 92년 역사에어 최초입니다. 지금까지 총 11차례 있었지만 ‘기생충’이 최초입니다. 칸 국제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과 이듬해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을 동시 석권한 영화도 1955년 댈버트 맨 감독의 미국 영화 ‘마티’가 유일했습니다. 무려 65년만에 ‘기생충’이 대기록을 작성한 셈이죠.
[앵커]
어찌됐든 기생충이 4관왕을 차지했습니다. 대단하단 말은 몇 번을 해도 아깝지 않은 찬사가 됐습니다. 도대체 기생충이 아시아 영화 최초로 작품상까지 휩쓸 정도로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의 주인공이 된 원동력은 무엇이라고 봐야 할까요.
[기자]
우선 정말 잘 만들었어요. 그리고 재미까지 있습니다. 말 그대로 예술성과 완성도 그리고 대중성까지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특히 이 영화에 대한 서양 문화권의 찬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북미 지역의 찬사가 쏟아지는데요. 이는 영화 속 날카로운 사회 통찰력에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전통적으로 아카데미는 보수보단 진보적 성향이 강한 평가를 해왔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최원식·표영주 디자이너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인종차별 그리고 국수주의 극단적 자본주의가 팽창하면서 할리우드 톱스타들이 반 트럼프 의견을 쏟아내온 점도 주목해 봐야 하는데요. 미국 사회의 계층 분화와 혼란한 사회 분위기가 ‘기생충’의 분위기와 맞닿아 버린 점도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이 칸 영화제 출품을 앞두고 열린 국내 기자회견에서 “외국사람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한국적인 코드가 너무 많아서 수상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고 말한 바 있는데요. 결과적으로 봉 감독의 이런 예측은 완벽하게 빗나갔죠.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으로 유럽 사회가 기생충에 공감했고, 세계 영화 시장의 중심이라고 자부하는 할리우드조차 ‘기생충’에 공감하고 열광하게 됐습니다. 이게 바로 이번 기생충의 4관왕 원동력의 핵심이 아닐까 싶습니다.
[앵커]
기생충 자체의 평가도 높지만 사실 봉준호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에 감탄한 아카데미의 결과가 바로 ‘감독상’ 수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떻게 보시나요.
[기자]
제 개인적으로 영화상의 꽃을 ‘감독상’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란 불변의 명제 때문입니다. 연출자에 따라서 같은 이야기라도 결은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일례로 이번 아카데미에서 의상상을 받은 ‘작은 아씨들’인데요. 영화 역사상 수 없이 만들어 진 소재입니다. 지금까지 나온 ‘작은 아씨들’만 보더라도 전부 다른 영화에요. 그래서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감독상을 받는 다는 것은 영화 자체의 힘도 있지만 한국 영화인들의 능력을 인정 받았단 점에서 참 가슴 뿌듯한 결과라도 봅니다. 무엇보다 후보들을 보면 ‘마틴 스코세이지’ ‘샘 멘데스’ ‘쿠엔틴 타란티노’ ‘토드 필립스’ 등 현재 미국 할리우드에서 가장 영화를 잘 만들고 흥행성을 갖춘 최고의 감독들입니다. 특히나 마틴 스코세이지는 세계 영화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거장 감독이거든요. 그 감독을 넘어서 수상자로 선정됐단 것 자체가 경탄할 일이라고 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최원식·표영주 디자이너
[앵커]
기생충의 역사적인 수상 기록과 아카데미 최초의 작품상 수상, 그리고 아시아 감독으로서 자국 언어로 만든 영화로 감독상을 수상한 최초의 감독 등 다양한 호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영화가 이런 호재를 어떻게 활용하고 또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요.
[기자]
분명히 찬사를 받고 감사하고 행복해야 할 결과입니다. 하지만 기생충의 이런 수상 결과가 꼭 한국영화의 발전과 위상 증명으로 이어지고 있단 증거로 확인되는 것에는 경계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우선 가깝게는 현재 한국 영화 시장의 양극화가 너무 심합니다. 최근 몇 년 동안 1000만 영화가 쏟아지고 있지만 400만 이상의 중급 흥행작이 거의 전멸하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새로 나오는 신인 감독들의 작품도 하향 평준화됐단 지적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국내 투자와 제작 환경과 맞물려 있습니다. 운이 좋다면 제2의 봉준호 박찬욱은 나올 수 있겠죠. 하지만 봉준호와 박찬욱 감독의 재능이 있다고 해도 환경과 시스템 속에서 외면 받고 도태된다면 이번 아카데미의 영광은 일회성으로 끝날 것입니다. 이번 호재를 통해 신인 감독들에 대한 다양한 지원과 원활한 투자 제작 환경 구축, 중소 규모 제작사에 대한 활성화, 국내 배급 시장의 환경 변화에 대한 문제점을 모든 영화인들 그리고 영화 산업 관계자 그리고 정부의 관계 부처가 머리를 맞대고 풀어가야 제2의 봉준호는 육성되고 또 나오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