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가 경남 양산을에 출마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먼저 이 지역에 출마를 선언한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과의 맞대결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가 홍 전 대표의 출마 지역을 양산을로 결정하면 '김두관 대 홍준표'라는 전직 경남지사들의 빅매치가 성사된다.
김형오 공관위원장은 12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단 홍 전 대표가 잘못된 장소를 벗어나겠다는 의사를 피력함으로써 절반의 수확을 거뒀다"며 "PK(부산·울산·경남)에서 뺏긴 지역은 이번 선거를 통해 탈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출마를 고집해온 홍 전 대표가 공관위의 거듭된 '수도권 험지 출마' 요구에 양산을로 타협안을 제시하자 김 위원장이 이를 '절반의 수확'이라고 평가한 것이다. 이는 홍 전 대표의 경남 밀양 출마는 허용하지 않겠지만, 양산을 출마는 용인할 수 있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왼쪽)과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가 경남 양산을에서 4·15 총선 맞대결을 벌일 전망이다. 김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 정론관에서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홍 전 대표는 지난달 15일 부산시청 대강당에서 열린 '제14회 대학생 리더십 아카데미'에 참석해 강연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경남 양산을은 문재인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곳으로 현재 민주당 서형수 의원의 지역구다. 서 의원이 총선 불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홍 전 대표보다 먼저 경남지사를 지낸 민주당 김두관 의원이 이 지역에 출마를 선언했다. 김 의원은 홍 전 대표의 양산을 출마 가능성이 제기되자 페이스북을 통해 "나라와 PK와 양산을 위해 누가 더 필요한지 선의의 경쟁을 하자"고 언급하기도 했다.
홍 전 대표와 마찬가지로 수도권 출마 압박을 받아온 김태호 전 경남지사는 고향인 거창이 속한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 지역구 출마를 고수하고 있다. 앞서 공관위는 김 전 지사에게 경남 격전지로 꼽히는 정의당 여영국 의원의 지역구인 창원성산에 출마할 것을 제안했다. 창원성산은 고 노회찬 의원의 활동했던 지역구이기도 하다. 김 위원장은 두 사람의 명확한 지역구에 대해 "어디로 지역구를 배치하느냐에 대해서는 공관위에서 추후 엄정하고 밀도있게 논의한 다음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공관위가 홍 전 대표의 PK 출마를 수용할 것으로 보이면서 당 지도자급 인사들을 서울 등 수도권에 전면 배치하겠다는 전략은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공관위의 당초 구상이 절반의 성공에 그치면서 대대적인 영남 현역 의원 물갈이 계획이 틀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험지 출마'를 거부할 경우 컷오프(공천 배제) 한다는 방침을 세운 공관위의 원칙이 흔들리면서 리더십이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공관위는 이날부터 지역구 출마자들에 대한 면접 심사를 진행하는 등 공천 일정을 서두르고 있다. 공관위는 지난 5일까지 1차 공천 신청을 받았고, 오는 14~18일까지 추가 신청을 받는다.
자유한국당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회의 및 면접에 참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