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미국에서 대공황 이래 가장 광범위한 금융규제안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금융규제안 역시 다음 위기를 막지는 못할 것이란 의견이 많습니다.
전문가들은 지난 주 상원이 통과시킨 금융규제법안, 그리고 이와 유사한 하원안에 허술한 구멍이 있어 그 영향력은 약화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지난번 위기를 예견하는 데 실패했던 규제당국이 그대로 금융규제를 맡을 것으로 보이는 데다 은행과 기업들이 마지막 법안 조율과정에서 극심한 로비활동을 펼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일단 현재의 법안에서도 로비스트들의 활약이 눈에 띄고 있다고 CNBC는 지적했습니다.
먼저 파생상품부문과 관련된 부분을 보면 상원안은 장외에서 거래되는 파생상품을 규제당국의 눈에 보이게끔 하기 위해 주식처럼 거래소에서 거래되게 했습니다. 이럴 경우 월가의 대형은행들의 매출은 30~50%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요.
하지만 겉보기와 달리 미 상공회의소와 미국 내 200대 대기업 협의체인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은 이 법안을 희석시키는 데 있어 성공적으로 로비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은 파생상품을 거래소에서 다룰 경우 은행들보다는 기업들에 비용을 더 전가하게 할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따라 법안은 금리와 상품 가격 변동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경우에는 기업들이 파생상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예외가 악용될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상원안이 비록 금융회사로부터 파생상품 업무를 분사하도록 했지만 결국 기업들은 이런 예외를 이용해 전통적인 기업활동과 금융 투자를 병행할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밖에 상원안은 또 금융회사 규제 소홀을 이유로 제2 금융권 감독기구인 저축은행감독청(OTS)을 없애기로 결정했는데요. 이로 인해 중소형은행들은 금융규제당국을 선택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은행들은 도리어 자신들에게 가장 관대한 규제당국을 고를 수 있게 된 셈입니다.
대마불사 종식을 위해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부실 대형금융사를 정리담당하기로 한 점도 겉보기와는 달리 구멍이 존재합니다. 상원안은 실패한 은행의 채권자들을 보호할 지에 대해 규제당국이 결정하도록 하고 있는데요. 사실 채권자들은 은행이 파산해도 잃을 게 없다고 느끼면 은행의 재정상황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들은 취약한 은행들에 계속 돈을 빌려줄 것이고 이로 인해 파산 비용은 자연히 증가할 것입니다.
이밖에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에 별도로 설립될 소비자 보호기구 역시 최소 100억 달러 자산을 갖춘 은행들만을 감독 대상으로 삼게 되기 때문에 문제의 소지가 있습니다. 이로 인해 수천개의 지역 은행들은 소비자보호기구의 감독으로부터 자유롭게 됩니다.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 산정을 감독하는 방안도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닙니다. 은행들은 여전히 스탠더드앤드푸어스, 무디스, 피치 등에 투자등급 산정에 대한 대가를 지불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는 다름아닌 해당 은행들이 등급 산정에 영향을 계속해서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뉴스토마토 김나볏 기자 freenb@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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