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현정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서울 광진을에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을 전략 공천을 하면서 미래통합당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의 맞대결이 성사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입'이었던 고 전 대변인과 '보수 야당의 잠룡'인 오 전 시장 중 누가 이 곳에서 승리할지 관심이 쏠린다.
광진을은 현역 의원인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입각하면서 전략 공천 지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추 장관이 15·16·18·19·20대 총선에서 5선을 하며 지켜 온 민주당의 '텃밭'으로, 한국당 입장에서는 험지로 꼽힌다.
범 중도 보수 통합 신당인 미래통합당에서는 오 전 시장이 일찌감치 광진을 출마를 확정지었다. 민주당은 지난 19일 고 전 대변인을 광진을에 전략 공천을 하기로 했다. '종로 대전'에 이어 또 다른 서울 빅매치가 성사된 것이다.
두 사람의 경쟁에는 흥행 요소가 많다. '정치 경험이 거의 없는 정치 신인' 대 '광역 단체장 출신의 거물급 정치인'의 대결로, 고 전 대변인이 '청와대 간판'을 내걸고 출마하는 만큼 광진을에서는 '정권 심판론'과 '야당 심판론'이 부딪힐 전망이다.
이번 총선에서 서울 광진을에 더불어민주당은 고민정 청와대 전 대변인이 나서면서 미래통합당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의 맞대결이 성사됐다. (왼쪽)오세훈 전 시장·고민정 전 대변인. 사진/ 뉴시스
특히 고 전 대변인이 이번 총선에서 승리해 아성을 수성할 지, 아니면 통합당에 자리를 내줄 지가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정치 경력만 따지면 두 사람은 '다윗과 골리앗'이다. 하지만 고 전 대변인이 승리한다면 제 1야당의 대선 주자급 인사인 오 전 시장을 꺾었다는 점에서 정치적 입지가 급상승하게 된다. 오 전 시장 역시 민주당 아성을 함락시킬 경우 대선 주자로서 입지와 위상, 역할이 크게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친문'(친문재인) 인사 고 전 대변인을 전략 공천해 이 지역을 사수하겠다는 계획이고, 통합당은 16년 만에 다시 여의도 입성을 노리는 오 전 시장으로 '험지' 광진을을 공략해 수도권 승리의 교두보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고 전 대변인의 강점은 젊음과 참신한 이미지다. 아나운서 출신으로 대중적 인지도도 높다. 대선 당시 문 대통령 후보 선거 캠프와 현 정부에서 대변인직을 수행한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점은 민주당 내 친문 인사의 전폭적인 지원 뿐 아니라 친문 유권자 표도 기대할 수 있다.
그는 지난해 3월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 부동산 투기 논란으로 사직한 후 청와대 대변인으로 전격 기용됐다. 당시 일간지 논설 위원급 경력을 갖춘 언론인이 임명될 것으로 예측됐던 상황에서 30대 여성인 고 전 대변인의 기용은 화제를 모았다. 이후 8개월 여 동안 대변인으로 활동했지만 "촛불 혁명의 그림을 내 손으로 완성해 보려 한다"며 선거 출사표를 던졌다.
고 전 대변인은 상대인 오 전 시장에 대해 "이제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된다.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특히 상대 후보는 정치적 경험도, 삶의 경험도 많으신 분이라 더욱 그렇다"고 평가했다. 이어 "정정 당당하게 맞서 멋있는 승부를 가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고 덧붙였다.
광진을 표밭 자체는 고 전 대변인에 유리하다. 광진을은 유권자의 약 30%가 호남 출신이고, 20~40대의 젊은 유권자 비율이 높다. 민주당의 우세 지역으로 평가받지만, 선거의 승패를 쉽게 판가름 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광진구가 성동구에서 분리, 성동이 신흥 부촌 마포·용산 일원이 되는 동안 광진의 발전은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1996년부터 추 장관이 5선을 하는 동안, 지역 기반은 다졌지만 동시에 주민들의 피로감을 느낄 공산이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오 전 시장은 주민들의 '피로도'를 집중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오 전 시장은 지난해 2월 전당 대회 패배 직후부터 1년 가까이 지역 표밭을 다지며 총선을 벼르고 있다. 2016년 20대 총선 출마를 위해 종로로 거처를 옮기기 전까지 5년간 광진구에 거주하기도 했다. 이번 선거에서 오 전 시장의 강점은 이제 막 지역구가 확정된 고 전 대변인과 달리 주민과 소통의 시간이 길었다는 점이다.
'개혁 보수' 이미지와 높은 인지도, 정치적 중량감이 무기인 오 전 시장은 오랜 시간 지역을 훑으면서 지역구 사정을 꿰뚫고 있다. 16대 국회의원과 민선 최연소 시장으로 두 차례 서울시장을 지내 보수 진영의 대권 잠룡으로 분류되는 정치적 무게감도 고 전 대변인을 앞선다는 평가다.
이번 총선에서 광진을을 선택해 나선 데에는 통합당이 한번도 서울에서 깃발을 꽂지 못했던 지역에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2011년 '무상 급식 주민 투표'로 서울 시장 직을 내놓은 이후 공직 선거에서 단 한 차례도 승리한 적이 없는 오 전 시장은 20대 총선에서 종로구에 출마, 당시 민주당 정세균 의원에게 패한 이후 정치권과도 거리를 뒀다. 그의 이번 총선은 정치적 중대 기로다.
그는 고 전 대변인의 광진을 출마 결정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여야가 때로는 경쟁하고 때로는 협력하며 어떻게 광진을 더 발전시킬 것인지, 어떻게 국민이 바라는 정치로 기대에 부응할 것인지 선의의, 그러나 치열한 마음 가짐으로 선거에 임하겠다"며 "오랫동안 한 몸이었던 이웃 성동의 인구는 최근 5년간 늘고 있으나 광진은 줄고 있고 상권 역시 마찬가지다. 이번 선거가 여야의 정책 경쟁을 통한 해법 모색의 장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밝혔다.
조현정 기자 jhj@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