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과학계가 코로나19에 대해 풍토성 질병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정부 출연연구기관은 코로나19와 같은 변이 바이러스에 발 빠르게 대처할 치료제 개발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용석 경희대 생물학과 교수는 12일 '코로나19 중간점검' 포럼에서 "코로나19는 지역사회 전파 가능한 조건을 갖춰 풍토병 전환 확률이 높다"며 "특정 지역·인구 집단에서 감염 사례가 산발적으로 지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한국과학기술한림원, 대한민국의학한림원, 국가과학기술연구회 등이 주최한 이날 포럼은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청중 없이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됐다.
12일 열린 '코로나19 중간점검' 포럼. 과학계가 주최한 이날 포럼은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청중 없이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됐다. 사진/유튜브 생중계 캡처
정 교수는 풍토병 정착 가능성의 원인으로 예방백신과 항바이러스 치료제의 부재를 꼽았다. 신종 바이러스는 출현 이후 △원인 바이러스 근절 △원인 바이러스 차폐 △풍토병 정착 등 3가지 방향으로 토착화한다. 바이러스 근절은 전세계적으로 자연발생 감염 사례가 '제로(0)' 상태로 영구적으로 지속하는 것으로, 천연두를 제외하면 사례가 전무하다. 바이러스 차폐는 일정 지역에서 자연발생 감염사례 제로 상태가 한시 지속하는 상황을 말하는데 이 역시 수년의 과도기가 필요하다.
앞선 두 경우를 제외하면 신종 바이러스가 풍토병으로 정착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정 교수는 "풍토병 전환의 핵심 기준은 전파연쇄의 차단에 달렸다"며 "동물숙주를 제거 못 할 경우 모두 풍토병으로 정착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감염자 규모가 커지면서 새로운 유형의 출현 가능성을 주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류충민 생명연 감염병연구센터장이 12일 열린 '코로나19 중간점검' 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생중계 캡처
현재 국내에선 한국생명공학연, 한국화학연 등 출연연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예방 백신, 치료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신약 연구의 경우 기간만 15년이 걸리고, 비용도 1조원 이상이 들어가는 만큼 인체 안정성을 확보한 기존 약물을 활용한 재창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전세계 1700여 약물을 스크리닝한 후 4~5월 중 영장류를 대상으로 한 약물 테스트에 돌입할 계획이다. 김형래 화학연 CEVI 융합연구단 바이러스치료제 팀장은 "파스퇴르와 힘을 합쳐 시판·승인 약물에 대한 스크리닝을 진행 중"이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은 코로나19 신약 개발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참석한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급작스럽게 발생한 바이러스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데 입을 모았다. 특히 이같은 변종 바이러스에 대한 대응력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약물 스크리닝은 화학연에서 담당하지만 영장류 약물 테스트 모델은 생명연이 개발 중이다. 기관별로 나뉘어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아닌 공동으로 함께 대응할 치료제 개발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생명연 소속의 류충민 감염병연구센터장은 "국가적으로 빠르게 백신을 생산할 플랫폼이 있어야 한다"며 "하나의 플랫폼에서 함께 일한다면 다양한 신종 감염병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esc@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