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 기자] 성폭력·성차별·비정규직차별·부당해고 등 차별 종합세트로 고통을 받던 이모씨(가명)는 고용평등상담실을 찾았다. 정규직 전환을 바라며 11년간 버텼는데 부당해고 통보를 당한 것이다. 그간 이씨는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출장, 휴가, 성과급 등에서 부당한 처우를 받았으며 출산 및 육아휴직 등을 이유로 언어폭력도 경험했다. 급기야 상사로부터 성추행과 성희롱을 당한 후 회사는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해고를 통보했다.
고용평등상담실을 찾은 이씨와 상담실은 첫 상담부터 해고일까지 두 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전략적으로 긴밀하게 소통하며 증거자료 수집에 나섰다. 고용노동청은 회사의 부당해고와 이씨의 성희롱 피해사실을 인정해 결국 회사는 복직과 가해자 징계를 결정했다. 이씨는 현재 기존 계약직이 아닌 무기계약직으로, 복직해 정규직 전환이라는 목표를 포기하지 않고 계속 권리를 찾겠다는 입장이다.
2000년 시범사업으로 시작한 '고용평등상담실'이 일터에서 부당한 처우를 겪는 노동자의 권리를 회복하고 직장에 복귀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작년에만 전국 21개소 고용평등상담실에서 1만여명이 상담을 받은 것이다.
18일 고용노동부는 고용평등상담실에서 작년 진행했던 직장 내 성희롱, 고용상 성차별 관련 상담사례를 모아 '2019년 고용평등상담실 상담·운영 우수사례집'을 발간했다고 밝혔다.
김경선 고용부 기획조정실장은 "고용평등상담실은 고용노동부가 민간의 전문적인 상담역량을 활용해서 직장 내 성희롱이나 성차별 등 피해를 입은 노동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선정한 민간단체"라며 "지난 20여 년간 성평등한 노동환경을 만들기 위해 일터에서 부당한 처우를 겪는 노동자가 권리를 회복하고 직장에 복귀해서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해 왔다"고 설명했다.
상담실에서는 사업장에서 직장 내 성희롱·성차별, 출산휴가·육아휴직, 부당해고 등 어려움을 겪는 노동자들에게 법적 권리를 안내하고 문제 해결방법 등을 자문해 준다. 지난 1년간 전국 21개소 고용평등상담실에서 모두 1만 839건을 상담했다.
작년말 이재갑 고용부 장관이 고용부 주관 남녀 고용 평등 우수 기업 대통령 표창을 수상한 서울 강남구 '한독'을 방문해 직원들과 타운홀 미팅을 갖고 있다. 2000년 시범사업으로 시작한 '고용평등상담실'이 일터에서 부당한 처우를 겪는 노동자의 권리를 회복하고 직장에 복귀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고용부
사례집에는 직장 내 성희롱, 성차별, 임금체불 등의 상담사례 13편과 피해 노동자의 외상 후 스트레스 치유를 위한 '심리정서 치유프로그램' 활용사례 6편 등 모두 19편을 담았다. 상담사가 전하는 상담 비결도 실었다. 상담사들은 "상담하면서 안타까운 순간은 피해를 입은 노동자가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회사를 그만둔 후에 찾아왔을 때"라며 "회사를 그만 둔 후에는 증거자료 수집 등 문제 해결이 어렵고, 특히 자발적으로 그만 둔 경우 분쟁과 소송에서 불리한 입장에 놓일 수 있어 회사를 그만두기 전에 꼭 상담부터 해달라"고 당부했다.
세종=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