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연구 선점하자"…민관 결과물 속속 공개

신종 감염병 과학 R&D 관심↑…진단키트·드라이브스루 등 전세계 관심
생명연, 다음달 영장류 효과 검증…"통합 플랫폼 선보여야" 장기과제

입력 : 2020-03-26 오후 5:55:59
[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정부와 민간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한다. 올초 코로나19가 휩쓸고 간 자리에 과학기술 연구개발(R&D), 비대면(언택트) 업무, 소비 등 곳곳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이같은 흐름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장기적 국가·산업 유산으로 남기기 위한 움직임이 시작됐다.
 
2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 따르면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이르면 다음달 영장류를 대상으로 코로나19 약물재창출 연구 결과물을 실험한다. 기존 승인 약물 가운데 코로나19에 효과가 있을 약물을 발굴해 신종 전염병인 코로나19에 대응할 신약 개발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방침이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달 26일 서울시 송파구 씨젠에서 열린 '코로나19 진단시약 기업 현장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과기부
 
국내 코로나19 대응 연구는 전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향후 국가 과학기술 R&D 산업의 중추가 될 전망이다. 약물재창출의 핵심인 약물 스크리닝 연구는 한국화학연구원과 한국파스퇴르연구소가 맡았다. 파스퇴르연은 시클레소니드, 니클로사마이드 등 약물 20여종을 발굴해 지난 21일 연구결과를 바이오 아카이브에 공개했다. 최기영 과기부 장관은 "효능을 입증한 시클레소니드는 코로나19 의료현장에 적용 가능성이 높다"며 "파스퇴르연의 연구 논문은 공개 후 국내외 대학·기업에서 연구협력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백신·치료제 개발뿐 아니라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진단키트와 드라이브스루 시스템 등도 미래 산업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국내 민간 사업자가 개발한 코로나19 진단키트는 전세계 47개국에서 수입을 문의하는 등 수요가 늘고 있다. 특히 지난달 초 코로나19 진단키트 긴급사용승인을 획득한 씨젠은 125만달러(약 15억3800만원)어치의 진단키트 수출에 성공하며 가치를 인정받았다. 국내 의료진의 건의로 시작한 드라이브 선별진료소는 검사 대상자의 체온 측정, 검체 채취 등을 차 안에서 모두 받는 시스템이다. 지난달 경기도 고양시와 세종시가 처음 도입한 후 전국 70여곳으로 확대됐다.
 
의료진들이 서울시 송파구 잠실주경기장에 마련된 드라이브 스루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진료 안내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장기적으로는 하나의 플랫폼을 통한 효율적인 R&D 체계를 갖추는 것이 과제로 남는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단순 협업이 아닌 하나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장기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언제 발병할지 모르는 신종 질병 특성상 정부, 출연연, 민간 사업자 간 협업이 중요하지만, 기관별로 연구가 분산돼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민관 합동의 R&D 체계를 하나의 플랫폼화해 '긴급 대응'이 아닌 상시 대응체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류충민 생명연 감염병연구센터장은 지난 12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포럼에서 "국가적으로 백신을 빠르게 생산할 플랫폼이 있으면 다양한 신종 감염병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성태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는 이날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가 주최한 '코로나19가 가져온 변화' 토론회에서 "위험 바이러스를 관리할 시설이 필요한데 국내에는 질병관리본부 내 시설 한곳뿐"이라며 "지속해서 백신을 개발할 시설과 자본 지원이 핵심"이라고 진단했다.
 
원격의료 시스템의 정착 역시 장기 과제 중 하나로 남는다. 5세대 이동통신(5G)을 활용한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성장을 뒷받침할 빅데이터 축적 표준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2일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개인의료 데이터 수집·분석·활용과 원격진료 등 디지털 헬스케어는 병을 예방하고 관리할 수 있어 유용한 수단이 될 것"이라며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전향적 논의를 시작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김동현 기자 es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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