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대중에게 인지도가 높은 무소속 후보들이 대거 4·15 총선에 출마하면서 여야 모두 강세지역에서 승리를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같은 진영 내 경쟁자의 가세로 더불어민주당은 수도권에서, 미래통합당은 영남권에서 자칫 상대 진영 후보에게 '어부지리 결과'를 안겨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후보들 중 유력 인사로는 민주당에서는 민병두 의원, 차성수 전 금천구청장, 문석균 전 의정부갑 상임부위원장 등이 있다. 통합당에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를 비롯해 김태호 전 경남지사, 곽대훈·정태옥 의원 등이 있다.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후보들 대부분이 지역에서 신망이 두터운 인물이란 점에서 민주당과 통합당 모두 총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고심하고 있다.
문희상 국회의장의 아들인 문석균 전 더불어민주당 의정부갑 상임부위원장이 17일 경기 의정부시청에서 무소속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경기 의정부갑은 문희상 국회의장이 6선을 한 민주당의 텃밭이다. 하지만 문 의장의 아들인 문석균 전 상임부위원장이 무소속 후보로 출마를 선언하면서 21대 총선에서 격전지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졌다. 문 의장은 20대 총선에서 당시 강세창 새누리당(현 통합당) 후보와 4%포인트 차이로 접전을 벌였다. 문 전 부위원장이 가세해 오영환 민주당 후보로 향할 표심이 갈릴 경우, 통합당 주자로 나선 강세창 후보가 '어부지리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
서울 금천은 민주당 소속 최기상 후보와 통합당 강성만 후보에 맞서 이 지역 구청장을 지낸 차성수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하며 3자 구도로 선거가 치러진다. 금천은 17대에서 20대 총선까지 민주당 계열 후보가 3차례 당선된 지역이다. 민주당의 강세지역으로 꼽히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차성수 후보가 출마하면서 변수가 생겼다. 차 후보는 최기상 후보의 전략공천에 반발해 당을 탈당하고 무소속 출마를 결정했다. 여당 후보, 야당 후보, 무소속 간 '3파전' 구도로 총선이 치러지면 승패에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서울 동대문을도 선거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선거구다. 이 지역 현역인 민병두 의원이 민주당 공천에서 배제되면서 이에 반발해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민 의원은 20대 총선에서 58.16%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이 지역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민주당에서는 민 의원 대신 장경태 후보가 경선을 통해 공천을 거머쥐었다. 통합당에서는 서초갑 공천에서 배제된 이혜훈 의원을 공천했다. 통합당으로선 민 의원이 끝까지 완주하면 민주당의 표심 분열이라는 호재를 기대할 수 있다.
통합당은 텃밭인 영남권에서 고전할 가능성이 있다. 통합당 후보들 상당수가 조직·기반이 약한 신진 인사인 반면 무소속 후보들은 대선주자급 인사이거나 지역기반을 갖춘 현역의원이기 때문이다. 홍준표 전 대표, 김태호 전 지사가 각각 대구 수성을,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군에 무소속 후보로 출마했고 현역인 곽대훈(대구 달서갑)·정태옥(대구 북구갑) 의원이 무소속 후보로 재도전한다. 영남권에서 3자구도로 선거가 치러지면 일부 민주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도 엿볼 수 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24일 대구 수성구 두산동에 있는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정책 간담회를 열고 핵심 공약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