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지속됨에 따라 전국 유치원과 학교 개학이 추가 연기된 가운데 자녀의 건강뿐 아니라 학습에 대한 보호자들의 걱정도 늘어나고 있다. 자녀의 건강이 학습과도 직접적인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녀가 학교에 입학해서 본격적으로 학습을 시작하는 나이가 되면 보호자들은 학습에 집중할 수 있도록 자녀의 건강 상태를 한번 더 확인한다. 그 중 시력은 자녀가 칠판을 보는데 불편함을 느끼게 하거나, 학습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어 더욱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실제로 취학 전에 안경을 착용해야 하는지 하지 않아도 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검사를 받으러 안과 병·의원을 찾는 환자의 비율도 적지 않다. 하지만 막상 자녀가 안경을 착용해야 한다는 의사의 진단을 받으면 마음 아파하며 안경 착용 시기를 미루고 싶어하는 부모가 많다. 특히 안경 착용에 대한 속설이 심심찮게 떠돌며 어린 나이에 안경을 착용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7~8세에 거의 완성된 시력이 평생을 좌우하기 때문에 시력발달과 학습을 위해서는 안경 치료가 필수적일 때도 있다.
안경 착용에 대한 대표적인 속설은 착용 나이가 이를수록 눈이 더 빠르게 나빠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근시는 안경착용 여부와 상관없이 자녀가 성장하며 함께 진행되는 질환이다. 때문에 자녀가 근시가 있어 안경을 착용하는 경우, 안경을 착용했기 때문에 더 빠르게 시력이 나빠진다는 말은 틀린 이야기다.
오히려 안경을 착용하지 않음으로써 시력발달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경우도 있다. 난시가 동반된 근시는 안경 착용 여부가 시력발달에 큰 영향을 미친다. 난시가 동반된 근시는 안경을 착용하지 않으면 약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안경을 착용해야 한다. 약시는 소아에서만 발생하는 안과질환으로, 치료시기를 놓치면 안경을 착용하거나, 나중에 성인이 돼 시력교정수술을 받아도 시력이 좋아지지 않으므로 특히 주의해야 한다.
또 다른 속설은 안경을 쓰고, 벗고를 반복하면 눈에 좋지 않다는 것이다. 만약 청소년기 근시의 정도가 약하다면 일상생활을 할 때 쓰고, 벗고를 반복해도 시력에 큰 영향은 없다. 하지만 이것을 계속 반복하면 눈이 안경을 착용하는 것에 적응을 하지 못해 성인이 돼 안경을 착용해야 하는 상황에서 안경을 쓰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때문에 공부를 하거나, 칠판을 볼 때에는 꾸준히 안경을 착용하는 습관을 길러 미리 안경에 대한 적응도를 키우는 것이 좋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원시 환자수는 27만399명이며 그 중 10세미만의 환자수는 9만2907명으로 전체환자의 34%를 차지했다. 원시는 먼 것보다 가까운 것이 더 안 보이지만 그 정도가 심하면 먼 것도, 가까운 것도 잘 안 보이는 질환이다. 원시 환자의 눈은 안구의 굴절력에 비해 눈의 길이가 짧다.
하지만 나이가 어릴수록 수정체의 조절력이 좋고, 수정체의 조절력이 많이 사용돼 안경 도수를 낮춰도 잘 보이기 때문에 시력이 좋아졌다고 착각하기도 한다. 간혹 눈이 좋아져 안경 착용을 멈췄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그대로 유지되는 눈의 길이에서 도수만 줄이게 되면 향후 눈에 피로도를 높여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노안처럼 가까운 거리에 있는 사물이나 글자가 보이지 않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과거에는 낮은 도수의 안경을 착용하면 근시 진행이 늦춰진다고 생각해 낮은 도수를 처방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이는 눈의 피로도를 높여 오히려 눈 건강을 해칠 수 있다. 또 낮은 도수의 안경을 착용하면 생활 시력이 떨어질 위험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 때문에 최근에는 안경을 착용하는 환자의 도수에 맞춰 처방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김대희 건양의대 김안과병원 사시소아안과센터 교수는 “안경 착용은 어린이 시력발달과 눈 건강을 위해 꼭 필요한 치료”라며 "특히 소아 안질환은 육안으로 확인이 어렵기 때문에 자녀가 공부할 때 쉬 피로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정기검진을 통해 자녀의 눈 건강을 확인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어린 자녀들의 시력에 민감한 부모들의 경우 안경과 관련된 잘못된 속설을 믿지 않도록 올바른 정보를 알아두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뉴시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