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코로나19 확진환자가 요양병원과 정신병원 등 감염병 취약시설을 중심으로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대구지역은 제2미주병원과 대실요양병원에 이어 한사랑요양병원까지 신규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하고 있다. 요양병원과 같은 고위험 집단시설에서 미온적으로 방역조치가 이뤄지면서 집단감염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대구시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대구지역에서 코로나19 확진환자는 전날보다 20명 증가한 6704명이다. 서구 한사랑요양병원에서 11명의 추가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이 병원에서만 총 121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한사랑요양병원은 지난달 16일 간호사가 첫 확진판정을 받은 이후 이날까지 확진자 규모가 계속 늘고 있다.
달성군 소재 제2미주병원도 전날 55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한 데 이어, 이날 1명이 추가되면서 총 135명이 확진됐다. 두 병원 모두 청도 대남병원 확진자 수(120명)를 넘어섰다. 제2미주병원 역시 지난달 26일 첫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감염자 수가 계속 불어났다. 같은 건물을 사용하는 대실요양병원에서도 94명의 확진자가 나오면서 이 건물에서만 누적 229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지난 30일 오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50여명이 추가로 발생한 대구 달성군 다사읍 제2미주병원에서 상주적십자병원으로 이송되는 환자들이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2미주병원과 대실요양병원 감염경로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김종연 대구시 감염병관리지원단 부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확진자가 지난 2월20일을 전후로 대실요양병원을 드나든 정황이 있고 이 확진자를 중심으로 역학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대실요양병원에서 지난달 2일 최초 유증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했지만 아직 명확하게 규명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구시와 방역당국의 미온적인 대처가 대규모 집단감염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2미주병원의 경우, 대실요양병원에서 최초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부터 줄곧 감염확산 우려가 제기됐다. 대실요양병원(3~7층)과 제2미주병원(8~12층)은 한 건물에 위치한 데다 같은 엘리베이터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대구시는 대실요양병원에서 최초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이후에도 제2미주병원에 대한 전수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환자를 제외하고 종사자들만 진단검사를 실시했고, 직원들이 음성 판정을 받자 환자들에 대한 검사는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지난달 25일 환자 중 일부가 의심증상을 나타냈고, 뒤늦게 진행한 진단검사에서 확진자들이 급증했다.
이날 중구 계명대 대구동산병원과 서구 한신병원에서 새롭게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대구지역의 병원 내 집단감염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김 부단장은 "병원 근무 간병인 전수 진단검사 과정에서 대구동산병원과 한신병원에 근무하는 간병인이 1명씩 확진판정을 받았다"며 "현장에서 상세한 역학조사와 추가 감염 차단을 위해 조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