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진욱기자] 막걸리업계에 때아닌 '순수 생막걸리' 논쟁이 일고 있다.
최대 90일이 가능하다는 국순당 생막걸리 유통기한을 두고 순수 생막걸리는 유통기한이 최대 10일을 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현재 국순당 생막걸리의 유통기한은 30일로 업계 최장을 자랑하고 있다. 서울탁주와 배상면주가 등 경쟁업체의 생막걸리 유통기한이 7~10일에 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압도적인 경쟁 우위로 볼 수 있다.
생막걸리의 경우 유난히 짧은 유통기한으로 막걸리업계는 그 동안 전국단위 유통은 꿈도 꾸지 못해 왔지만, 국순당은 30일에 달하는 유통기한을 앞세워 생막걸리 전국 유통에 나서면서 막걸리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가파르게 끌어 올리고 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선 국순당 생막걸리가 엄밀한 의미에서 생막걸리가 아니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 전통적으로 생막걸리와 살균 막걸리를 나누는 기준은 열처리의 유무로, 생막걸리는 열처리를 하지 않고 자연 상태에서 효모를 발효시켜야 한다.
이럴 경우 효모의 특성에 따라 출고일로부터 4~5일까지 가장 좋은 맛을 내고 이후에는 효모가 점차 죽어가 10일이 지나면 변질 위험이 크다.
업계 일부의 주장은 국순당이 현재 시판중인 생막걸리는 효모의 발효를 막기 위해 인위적인 열처리를 한 반쪽 생막걸리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순당 생막거리에도 효모가 있기는 하지만 이는 원래의 효모를 열처리한 후 막걸리 특유의 탄산기를 더하기 위해 일정량을 재주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실상의 살균 작업을 마친 것으로 열처리 후 효모를 재주입했다고 해서 100% 생막걸리가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생막걸리의 경우 열처리를 하지 않으면 가스가 발생해 폭발의 위험이 높아 밀폐 마개를 사용할 수 없지만 국순당 생막걸리는 열처리를 한 막걸리여서 밀폐 마개 역시 쓸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국순당은 생막걸리를 나누는 기준은 열처리 유무가 아닌 완제품 상 효모의 존재 유무라고 반박하고 있다.
막걸리 제조공정에서 열처리가 들어갔다 해도 효모가 살아있다면 생막걸리로 부르는데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열처리의 경우도 일각에서 주장하는 살균 작업이 아니라 효모의 발효 활동을 억제하는 것일 뿐 살균을 한 후 다시 효모를 주입한다는 주장은 국순당의 앞선 발효제어기술을 모르기 때문에 생긴 오해라고 설명하고 있다.
국순당 관계자는 “발효를 위해 필요한 전분질의 양을 낮춘 것이 국순당만의 발효제어기술의 핵심으로 발효를 위해 필요한 영양소가 모두 바닥날 경우 효모가 활동을 멈춘다”며 “효모가 이를 테면 기면 상태에 들어간 것이지 죽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애초에 효모가 죽지 않기 때문에 살균이란 말은 성립이 안되며, 살균 후 효모를 재주입한다는 일각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런 논란에 대해 국내 유통 주류 규격 검사와 안전 관리 등을 담당하는 국세청 기술연구소 관계자는 “현재 살균막걸리와 일반막걸리를 나누는 기준만 있을 뿐 생막걸리를 나누는 명시된 기준이 없어 그 기준을 놓고 업체마다 해석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65℃에서 30분 이상, 혹은 이와 동등한 수준의 열처리를 한 제품을 살균막걸리, 그 외 제품을 일반막걸리로 분류한다”며 “국순당 생막걸리는 일반막걸리에 포함된다는 점에서 살균막걸리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하지만 일반적으로 열처리를 하지 않고 자연 상태로 발효한 제품을 생막걸리로 불러 왔다는 점에서 열처리를 한 국순당의 막걸리에 ‘생’자를 붙이는 것은 다소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