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국제유가가 역대급 상승폭을 보이며 급등했지만 시장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감산 합의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반등하던 유가는 아시아 시장에서 다시 하락세를 보였다. 실제 감산이 이뤄지려면 미국을 포함한 주요 산유국들이 합의해야 하는데, 당장 미국은 감산 고려를 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2일(현지시간) 폭등세를 보였던 국제유가는 이어 열린 아시아시장에서 상승분을 반납하고 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5월 선물은 전 거래일보다 4.42% 내린 배럴당 24.20달러에 거래를 시작했다. 브렌트유도 개장 직후 전장 대비 1.24% 하락한 배럴당 29.57달러에 거래됐다.
앞서 사우디와 러시아가 감산에 합의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면서 국제유가는 30~40% 넘게 폭등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WTI 5월 인도분은 24.7% 뛰어오른 배럴당 25.32달러에 장을 마쳤다. 런던ICE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가격 역시 6월 인도분이 전장보다 17.8% 급등하며 29.14달러였다. 이는 일일 상승폭으로 역대 최대치 기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푸틴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눈 사우디의 내 친구 MBS(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통화했다"며 "나는 이들이 약 1000만배럴을 감산할 것으로 예상하고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유와 가스업계에는 좋은 소식"이라며 "(감산규모가) 1500만배럴에 달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국제유가가 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감산 합의' 트위에 급등했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시장에서 주요 산유국들이 실제 감산에 돌입하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기대감이 꺾이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1000만~1500만배럴은 전 세계 일일 공급량의 10~15%에 해당하는 규모다. 사우디와 러시아 감산만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규모로, 미국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 이외의 산유국들도 동참해야 가능한 수준이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국제 원유시장의 감산 조건이 아직 높아 보인다"며 "중앙집권적인 원유 생산 시스템을 가진 OPEC+ 참여국과는 달리 미국과 캐나다 등은 재무상황, 채굴비용 등이 각기 다른 기업들에게 감산량을 할당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더구나 러시아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이후 사우디와 대화가 없었고 감산을 합의하지도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역시 원유 생산을 줄여야한다는 사우디와 러시아의 요구에 트럼프 대통령이 응하지 않았다는 소식을 로이터통신이 보도하기도 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열리는 에너지기업 대표들과의 회동에서 감산을 요청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러시아도 감산을 원하지만 사우디와의 대화에 적극적이지 않은 상황"이라며 "사우디가 주장하고 있는 다른 주요 산유국 모두가 감산에 참여하는 방안이 실현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