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1. 미술대에 다니는 A씨는 코로나19로 인해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실습 위주여야 할 강의는 주로 과제 대체 수업으로 바뀌었는데, 일부는 미술관 방문 후 감상평 제출을 요구했다. 미술관이 언제 문을 열지 모르는데다, 혹시 열더라도 감염 위험을 무릅써야 할 처지다. 게다가 특정 강의는 수업 시간이 지났는데도 네이버 지식백과에서 가져온 조악한 개요만이 공지에 올라왔을 뿐 수업 진행 방식조차 알 수 없었다.
#2. 숙명여자대학교 총학생회는 최근 설문조사에서 원격수업 진행 상황과 학생이 겪는 난관 등을 수합했다. 온라인 강의를 올리는 게 아니라, 자료만 업로드하는가 하면 수년 전에 찍은 강의를 올리는 교수도 있었다. 기숙사생, 고시반 이용자, 학군사관후보생(ROTC)은 입사를 한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등교일이 연장되며 본가로 가거나 급하게 학교 주변 자취방을 구하는 경우가 생겼다.
6일 <뉴스토마토>가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각 대학들의 온라인 강의에 상당수 학생들이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날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코로나19 대학가 재난시국선언'을 진행한 전대넷은 '원격수업 만족도 6.8%, 상반기 등록금 반환하라', '비상경제시국, 대학생 경제 대책도 마련하라', '4·15 총선 각 정당은 대학가 코로나19 대책을 발표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학교가 등록금 감면 내지 반환에 대해 불가 입장을 보였다며, 교육 당국이 손을 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다현 성신여자대학교 총학생회장은 "교수들은 플랫폼 사용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유튜브 스트리밍 등을 하고 있고, (장애인을 위한) 배리어프리 대책도 수립되지 못한 상태"라며 "강의의 질을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는데, 등록금은 그대로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교육부 담당자는 15주를 다 채우기만 하면 강의의 질이 보장되는 것으로 본다는 무책임한 답변으로 일관했다"며 "이번 추경예산안에도 학생들이 받을 수 있는 지원이 전무한 것을 보며 대학생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말했다.
실습 위주로 이뤄지는 전공에서도 막막함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송기영 계원예술대학교 총학생회장은 "학기당 400만원에 달하는 등록금을 냈음에도 학습권을 크게 침해당하고 있다"며 "길게는 7주 동안 온라인 수업을 하게 되면서, 한 학기의 절반 안에 실기 수업을 몰아서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학생은 진도 따라잡기에 급급한 수업에 치여 창작 기술을 제대로 전달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고, 이로 인해 미래의 작품 활동에도 큰 지장이 있을 것"이라며 "교육부는 (온라인 수업하라는) 강제적인 지침을 내릴 수 없다면, 최소한 예술계열을 비롯한 실험·실습 계열이 필수적인 대학만이라도 안전하게 대면 수업을 진행하도록 방역 예산과 인력을 지원해야 할 것이다"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연이은 개강 연기와 원격수업으로 인한 주거 문제 등 학생의 경제적 어려움도 지적됐다. 기숙사에 입사했어야 할 학생이 급하게 구한 자취방에서 월세로 50만~60만원을 부담하고 있고, 토익 취소에 수업 폐강이 겹치면서 졸업과 취업이 불투명해진 학생들이 생겼다 얘기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가 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코로나19 대학가 재난시국선언'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