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코로나19가 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경기의 침체 가능성이 커지고 있지만 앞서 발표한 금리 인하와 유동성 공급 조치의 효과를 지켜보면서 정책방향을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9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이는 금융위기 때보다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세계경제의 심각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 답이다.
이날 한은 금융통화위는 이번달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0.75%로 동결한 상태다. 지난달 열린 임시금통위에서 0.5%포인트 ‘빅컷(Big Cut·큰 폭의 금리인하)’을 단행한 만큼, 당분간 정책 운영에 집중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추가 유동성 공급 대책으로는 공개시장운영 증권매매 대상증권에 주택저당증권(MBS) 등 특수은행채까지 확대한다.
이주열 총재는 이날 추가 인하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 총재는 “지난달 기준금리를 비교적 큰 폭으로 낮춰 추가 금리 인하의 정책 여력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여전히 정책 여력이 남아있는 만큼 추가 인하는 코로나19 진전 상황에 맞춰 얼마든지 정책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은은 통화정책에 대해 완화 운용 등 거시경제의 하방리스크와 금융시장 변동성을 완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더욱이 한은은 추가 유동성 공급책으로 국채와 정부 보증채로 한정돼 있는 공개시장운영 단순매매 대상증권에 특수은행채를 포함하는 방안도 내놨다.
공개시장운영은 한은이 금융기관을 상대로 증권을 사고팔아 시중 유동성과 금리 수준에 영향을 주는 통화정책 수단이다.
이번에 내놓은 증권 단순매매는 일정기한이 지난 후 금융기관이 되사가야 하는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보다 더 적극적으로 시중에 통화량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산업금융채권 △중소기업금융채권 △수출입금융채권 △주택금융공사 주택저당증권(MBS) 등도 단순매매 대상증권에 포함됐다. 이번 조치는 오는 14일부터 시행되며, 유효기간은 2021년 3월31일까지다.
한은은 이번 조치로 금융기관들의 자금조달이 용이해지고, 자금조달 비용도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산은채 등 특수은행채 매입을 통해 금융기관에 자금을 공급하게 되면, 특수은행들은 보다 낮은 금리로 채권을 발행할 수 있다. 조달 자금을 회사채 매입에 활용하면 채권시장 안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수은행뿐만 아니라 주택금융공사 주택저당증권(MBS)도 단순매매 대상증권으로 포함됐다. 안심전환대출 등으로 MBS 보유 규모가 크게 늘어난 은행들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의도다.
아울러 한은은 현행 환매조건부(RP) 매매 대상증권과 대출 적격담보증권에 예금보험공사 발행채권도 포함하기로 했다.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대출방안도 조만간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회사채 시장 안정을 목표로 주요 참가자인 증권사에 대해서 우량 회사채를 담보로 대출을 해주는 제도를 한시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에 대해 정부 측 실무자급에서 합의안을 마련 중에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처럼 특수목적법인(SPC)를 설립해 회사채 직접 매입에 나서는 방안도 강구 중이다.
그는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특별대출 방안 등은 기본적으로 한계가 있다”면서 “연준과 같이 특수목적법인을 통해 정부 보증하에 신용보강을 통해 시장 안정에 대처하는 것이 효과적 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사진/뉴시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