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코로나19 대응 회의를 직접 주재한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그간 북한은 코로나19 확진자가 없다고 주장해왔지만,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공식 인정하고 외부 원조를 요청할지 주목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오전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회의가 11일 당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진행됐다"며 김 위원장이 직접 회의를 주재했다고 보도했다. 회의에서는 △신종 코로나에 대처하는 문제 △2020년 국가예산 문제 △최고인민회의에 제출할 간부 문제 △조직 문제 등 4건이 논의됐다.
코로나19와 관련해선 당 중앙위원회, 국무위원회, 내각의 공동결정서 '세계적인 대유행 전염병에 대처해 우리 인민의 생명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적 대책을 더욱 철저히 세울 데 대해'를 채택했다. 결정서에는 국가적인 비상방역사업을 계속 강화하고 올해 경제건설과 국방력강화사업, 인민생활 안정을 위한 구체적인 목표들과 모든 부문, 모든 단위의 투쟁과업과 방도 등이 담겼다.
특히 통신은 "비루스(바이러스) 감염 위험이 세계적으로 급격히 확산되면서 국경과 대륙을 횡단하는 전인류적인 대재앙으로 번지고 있다"며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불가능하며 따라서 이 같은 환경은 우리의 투쟁과 전진에도 일정한 장애를 조성하는 조건으로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북한이 어려워진 대내외 환경을 명분으로 그간 고수해온 '독자노선전략'의 변경을 예고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코로나19 확산차단을 위해 지난 1월부터 중국·러시아 등 주요 무역 대상국과의 교류를 차단했지만, 외화벌이는 물론 주민 생활까지 어려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와 조직 분야에서는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 지난해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로 해임된 지 1년여 만에 당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복귀했다. 또한 박정천 군 총참모장이 당 정치국 위원, 리선권 외무상이 당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각각 임명됐다.
한편 김 위원장은 지난 9일로 추정되는 박격포 사격훈련 지도 이후 이틀 만에 항공군을 시찰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서부지구 항공 및 반항공사단 관하 추격습격기연대를 점검하고 관계자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김 위원장의 이 같은 저강도 군사행보는 코로나19 사태로 북한 내부의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국방력에 문제가 없음을 과시하며 내부 결속을 꾀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특히 통신이 공개한 사진에서 김 위원장은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을 연상시키는 흰색 상의 옷차림으로 등장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부지구 항공 및 반항공사단 관하 추격습격기연대를 시찰했다고 12일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