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유가를 기록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전략 비축유를 7500만배럴 규모로 구입하겠다고 밝혔다.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브리핑에서 "원유 가격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적은 없다. 지금이 적정한 가격에 원유를 사기 아주 좋은 때"라며 "전략 비축유 구매를 7500만배럴까지 늘리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미 에너지부는 30억달러 규모의 전략 비축유 구입 계획을 보유한 바 있다. 이달 초 의회를 통과한 코로나19 대응 경기 부양책에서 에너지 기업들의 지원방안이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유가급락으로 전략 비축유 구매를 재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미국의 비축유 규모는 약 6억6000만배럴로 추산된다.
WTI 가격은 이날 코로나19로 인한 수요급감에 선물 만기일(21일)을 앞두고 배럴당 –37.63달러로 폭락했다. 흔히 단기 선물 가격이 하락하면 석유기업들이 구매에 적극 나서는 게 보통이지만, 수요가 줄어든 데다 원유 저장공간도 부족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미 에너지부는 석유기업들에 원유 저장공간을 일부 임대해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가용 가능한 비축공간들을 저장할 곳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석유회사들에 임대해줄 수 있다"고 언급했다. 현재 미국의 비축유 가용공간은 약 7700만배럴이라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코로나19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