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방송 환경이 달라졌다. 다양한 OTT(동영상 제공 서비스)를 통해 해외 드라마를 접하는 게 익숙해진 만큼 시청자들의 취향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그렇기 때문에 답습된 드라마는 더 이상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기 어렵게 됐다.
최근 SBS 드라마가 약진을 했다. SBS 드라마 ‘하이에나’ ‘스토브리그’가 대표적인 예다. ‘스토브리그’는 ‘스포츠 드라마는 망한다’는 속설을 깨고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치밀한 사전 조사에서 비롯된 사실적 묘사, 선수 트레이드 과정, 신인 드래프드, 스카우트 비리 등 실제 야구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을 자세히 다뤘다. 여기에 시스템 문제를 지적해 조직 생활을 하는 시청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야기로 야구를 아는 시청자, 야구를 모르는 시청자 모두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드라마 ‘하이에나’는 법정 드라마의 이단아 같은 존재다. 흔히 법정물은 수 많은 불의에 맞서는 검사 혹은 변호사의 이야기를 통해서 정의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더구나 그 과정 역시도 정의롭게만 그려진다. 하지만 ‘하이에나’ 속 정금자(김혜수 분)는 정의와 불의를 오가는 인물이다. 오히려 변호사를 정의로운 인물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성취를 위한 직업 중 하나로 그려냈다. 윤희재(주지훈 분)와의 관계 역시도 기존의 멜로 드라마와는 다르다. 직업상 이용을 하기도 하고 협력을 하기도 한다. 미묘한 ‘썸’ 관계를 오간다. 중요한 점은 두 사람의 감정보다는 직업적 성취가 우선에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계는 기존의 멜로 드라마와는 다르다.
OTT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19금 드라마 역시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소재가 됐다. 그런 면에서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 역시 그리 낯설지 않다. 더구나 기존의 답답한 전개를 보여주는 불륜 드라마와 달리 빠른 전개가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했다. 더구나 19금, 불륜 드라마임에도 높은 완성도가 중장년층 시청자의 만족도를 높였다. 그 결과 시청률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역시 기존 드라마와의 차별성을 바탕으로 시청자들의 취향을 단번에 사로잡은 드라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주 1회 방송이라는 파격적인 편성으로 주목을 받았다. 국내 드라마 시스템 상 주 2회 방송을 기본으로 하는 것과 달리 신선한 시도이자 위험한 도전이기도 했다. 하지만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기존의 의학드라마가 급박한 상황 보다는 우리 주변의 소소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시청자들의 만족시켰다. 신원호 감독은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미국 NBC 드라마 ‘프렌즈’와 같은 분위기를 내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신원호 감독의 바람대로 5명의 캐릭터가 살아 있기에 소소한 에피소드라도 시청자들이 흥미롭게 이를 지켜볼 수 있다.
반면 tvN 드라마 ‘반의반’은 시청률 부진 속에서 조기 종영이 결정됐다. 전통적인 멜로를 표방하며 A.I라는 개념을 도입했지만 실패로 끝이 났다.
최근 성공한 드라마를 보면 시청자들의 취향이 급변하고 있음을 대변하고 있다. 속설을 뒤집고, 기존의 시스템을 바꾸고 있다. 더욱이 최근 드라마 시장은 OTT 시장으로 인해 국내 뿐 아니라 해외 콘텐츠와도 대결을 펼쳐야 하는 상황이다. 그렇기에 더욱더 전통적인 드라마 문법을 가지고는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스토브리그, 하이에나, 부부의 세계 포스터. 사진/JTBC, SBS, tvN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