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경준기자] “신임 대표 출근 첫날, 제대로 뒤통수 맞았다”
상장지수펀드(ETF) 가격 왜곡 논란으로 관련 업계가 떠들썩하다. 상황은 이렇다.
지난달 31일 삼성자산운용은 우리자산운용의 ‘KOSEF 200’과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 ‘TIGER200’에 대해 대량 매수 주문을 냈다. 장 마감 20여초를 남겨놓은 상황에서, 그것도 ‘시장가’ 주문으로 나왔다. 유동성공급자(LP)들은 이렇다할 손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했다.해당 ETF는 즉각적으로 반응하며 급등했다.
코스피지수를 추종하도록 설계된 해당 자산운용사들의 ETF는 장 막판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며 최대 ‘오점’(?)을 남겼다. 수익률 방어를 위한 지수 추종이란 본래의 목적이 완전히 ‘왜곡’(?)된 것. 업계 한 관계자는 “지수를 추종하는 ETF가 지난 31일같이 변동성이 크다면 어떤 기관투자자가 이들 해당 ETF에 대해 수익률 방어차원으로 활용하겠느냐”며 “이는 해당 자산운용사의 평판에 최대 오점을 남긴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삼성자산운용은 왜 이런 주문을 냈을까?
삼성자산운용측은 주문 실수는 아니다는 입장이다. 그 시간 때에 주문을 소화할 만한 매도물량이 있었고, 당일 사야할 물량이 있었기 때문에 주문을 냈고, 주문 수량 역시 많지 않아 충분히 소화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정상적인 주문이었다는 주장이다. 오히려 시장조성의무를 지닌 유동성공급자(LP)들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관련 업계에선 이 같은 주문 자체를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월말, 그것도 장 막판에 ‘지정가’가 아닌 ‘시장가’로 주문을 냈다는 것 자체가 의심을 살만한 상황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관행적으로 장 막판 대규모 거래를 할 때는 급격한 변동성 확대를 막기 위해 관련 내용에 대한 사전 연락 등을 통해 LP들이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시장가’ 주문은 가격 변동성을 확대시키는 효과를 낸다는 설명이다.
물론 이런 사항들은 특별히 법에 규정된 것은 아니지만 업계 관행으로, 관련 업계의 ‘상도의’에 다름 없다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를 두고 관련 업계에선 “ETF 시장을 둘러싼 업계 내 무리한 경쟁이 이 같은 일을 초래했다”며 혀를 찼다.
한편, 우리자산운용은 이런 일이 벌어진 그 다음날 새 대표를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