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법원이 텔레그램에서 이른바 '박사방'이란 대화방을 운영한 조주빈의 범행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가상화폐 환전상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최창훈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9일 청소년성보호법 등 혐의를 받는 박모씨에 대한 영장심사 결과 "피의자가 조주빈으로부터 받은 암호화폐가 범죄수익이란 점을 피의자가 인식하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다툴 여지가 있어 현 단계에서 피의자를 구속하는 것은 피의자의 방어권을 지나치게 제약하는 결과가 돼 구속의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 사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피의자의 주거가 일정하고, 이미 수집된 증거 자료에 비춰 향후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의자가 수사기관 조사에 성실히 응해 왔고, 그 밖에 피의자의 신분, 가족관계, 건강 상태, 심문 과정에서의 진술 태도 등에 비춰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조주빈의 범죄수익을 환전하고, 음란물을 소지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 TF(팀장 유현정 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는 박모씨에 대해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청소년성보호법 위반 혐의로 지난 27일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경찰과 협업해 조주빈의 추가 범죄수익과 은닉 재산에 대해 수사하고 있으며, 이날 구속된 박씨를 상대로도 조주빈의 범죄수익과 관련한 혐의를 계속해서 확인할 방침이다.
앞서 검찰은 조주빈이 보유한 가상화폐 지갑 15개, 증권예탁금과 주식 등에 대해 경찰의 기소 전 몰수보전 신청에 따라 몰수보전을 청구하고, '박사방' 운영 범죄수익금과 관련해 압수된 현금 1억3000만원에 대해 1차로 추징보전을 청구했다.
또 검찰은 이날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정보통신망법 위반(정보통신망침해등) 혐의로 전 사회복무요원 최모씨를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최씨는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서울의 한 주민자치센터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던 중 직원들의 공인인증서, 아이디로 출입국시스템, 주민등록관리시스템 등에 들어가 204명의 주소 등을 무단으로 조회하고, 그중 사기, 협박 피해자 등 17명의 개인정보를 조주빈에게 넘기는 등 총 107명의 개인정보를 다른 사람에게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이와 함께 검찰은 이번 수사와 관련해 이날 조주빈의 또 다른 공범 강훈과 장모씨, 김모씨의 주거지,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했다. 검찰은 이들 장소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성 착취 영상물을 제작·유포하기 위해 범죄집단을 조직한 후 가입·활동한 혐의 등에 관련한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훈은 '박사방'에서 대화명 '부따'로 활동하면서 참여자들을 모집해 관리하고, 이 과정에서 모인 범죄수익금을 조주빈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 17일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송치된 강훈을 상대로 '박사방' 운영 과정에서의 공모관계와 범죄수익 등을 확인해 왔다.
검찰은 애초 지난 26일 만료되는 강훈의 구속 기간을 다음 달 6일까지 연장했다. 이 기간 검찰은 경찰에서 송치된 강훈의 혐의 9개 외에도 이날 확보한 압수물을 분석한 후 범죄단체조직죄 적용을 위한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또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기존에 있던 인물의 얼굴이나 특정 부위를 영화의 CG처럼 합성한 편집물인 '딥페이크'와 관련한 혐의도 수사한다.
미성년자 등을 협박해 성 착취 동영상을 제작하고 텔레그램에 유포한 일명 '박사' 조주빈의 범죄수익 규명을 위해 경찰이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에 나선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빗썸 고객상담센터 앞으로 시민들이 걷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