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재테크에 해로운 재테크 방송

입력 : 2020-05-11 오전 6:00:00
TV 방송에 재테크 관련 프로그램이 많아진 것 같다. 예전엔 케이블TV 경제채널에서나 볼 수 있었는데 올해 들어서는 MBC와 SBS, jtbc 등 지상파와 종편들도 관련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다. MBC ‘구해줘! 홈즈’와 SBS ‘돈워리스쿨2’는 일요일 심야시간대에 연이어 방송되고 있으며, jtbc ‘돈길만 걸어요-정산회담’은 2월부터 4월까지 12부작으로 방송하고 끝났는데, ‘돈워리스쿨’처럼 시즌제도 가능할 것 같다.
 
방송에서 이런 주제를 다루는 것은 대환영이다. 재테크 기사를 쓰다 보면 글로 설명하기 어려운 것들이 있다. 부동산 시장을 취재하는 경우 현장을 글로 설명하는 것보다는 화면으로 보여주는 것이 훨씬 이해하기 쉽고 직관적이다. 기업탐방 같은 코너도 주식을 숫자가 아닌 기업과 제품으로 접근할 수 있게 도울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영상보다 글로 봐야 효과적인 것들도 있다. 방송영상이라는 한계 때문에 제대로 담지 못하는 것들이다. 문제는 그게 돈과 연결된 재테크라는 사실이다. 실제로 위의 방송들을 보면서 아차 싶을 때가 많았다.
 
예를 들어보자. 시청자 한 명이 출연해 이러이런 상황인데 집을 사는 게 좋을지 전세로 계속 사는 게 나을지를 물어본다. 이때부터 연예인 패널과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편을 갈라 아옹다옹한다. 방송의 재미를 주기 위함이다. 그런데 그 내용이 위험하다. 무리해서라도 집을 사라고 조언하는 패널들은 ‘사두면 가격이 오른다’는 전제를 깔고 말한다. 근거는 너무 빈약하다. 
 
다른 방송. 어느 지역에서 얼마 이하의 자금으로 어떤 목적이 중요한 집을 구한다는 상담에 맞춰 후보군을 찾아 소개한다. 그런데 집값이라는 것이 길 하나, 같은 건물에서도 향과 층이 다르다는 이유로 수천만원씩 차이가 나는데, 방송에서는 가격을 절대비교한다. 몇 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두 집의 가격이 차이나는 이유는 너무나 당연한데 오직 가격만 갖고 누가 더 싸다 비싸다 평한다. 게다가 5억원 이하로 전셋집을 구한다며 5억원 미만 보증금에 월세 수십만원이 붙은 집을 알려준다. 월세를 전세보증금으로 환산해 실제 가격에 반영하는 걸 본 적이 없다.   
 
더구나 집 볼 때는 옵션보다 중요한 것들이 많은데 카메라는 주로 예쁜 것들만 좇는다. 7미터 높이 층고의 집엔 그만큼 많은 난방비가 나온다는 것에도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들에게 묻고 싶다. 벤츠 신차를 2000만원에 판매하는 것과 세발자전거를 200만원에 파는 것 중 어느 쪽이 싼 것인지, 또 본인들이 집 구할 때도 그러는지.
 
부동산 방송은 그나마 양호한 것이다. 주식을 다루는 프로그램에서는 ‘저러면 안 되는데’라는 장면을 자주 본다. 
 
“○○ 사서 재미 봤다” “먹고 나왔다” 이런 말을 하는 데 스스럼없다. 전문가 패널의 개인적인 경험이 교과서인양 전달된다. 종목명이야 ‘삐’처리되지만 주식투자를 하자는 건지, 투기를 조장하는 건지 모르겠다. 전 국민 주식투자 캠페인을 벌이는 자산운용사 대표를 불러다 종목 찍어달라는 말만 되풀이하는 방송은 시청자들의 올바른 재테크를 돕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해가 될 뿐이다.   
 
‘동학개미운동’의 실체는 외국인이 던지는 주식을 사서 나라를 구하겠다는 구국운동이 아니다. 많이 싸졌으니까 지금 사면 돈 벌겠다는 생각으로 많은 사람과 자금이 모인 데다 누군가 네이밍한 것이다. 주가 폭락기에 삼성전자를 산 개인과, 기초지수보다 몇 배 비싼 원유선물 지수상품을 매수한 개인이 크게 다르지 않다. 그만큼 투자자들의 본성은 투기적이라는 뜻이다. 
 
돈이 모이는 곳에는 부작용이 따른다. 미디어는 이를 올바르게 이끌 책임이 있다. 재테크 방송이 너무나 반갑지만 지금처럼 투기를 부채질하고 사실을 오도하는 방식이라면 차라리 없는 편이 나을 것이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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