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국내 기업들이 잇따라 유연근무제를 확대·도입하면서 전통적인 출·퇴근 업무방식이 변화를 맞고 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재택근무의 성공 가능성을 경험한 일부 기업들은 일찌감치 새로운 형태의 업무처리방식을 고심하고 있다.
11일 산업계 등에 따르면 유연근무제 도입 움직임은 정보통신(IT) 업계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는 모습이다. 대표적 기업으로는 NHN이 손꼽힌다. NHN은 지난달까지 이어오던 재택근무를 종료하고, 오는 13일부터 매주 수요일 원하는 공간에서 일하는 '수요 오피스'를 시범·도입한다. 이는 일종의 리모트 워크(Remote Work) 형태의 근무 방식으로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고 비대면 상태에서 일하는 원격근무다.
이외에도 SK그룹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시행 중이던 재택근무제를 중단하고 지난달부터 '스마트워크 체제'로 전환했다. 이는 임직원 각자가 근무시간을 설계하는 방식으로 출퇴근도 특정 시간대 안에서 자유롭게 이뤄진다. 현대·기아차도 종전 자율적 재택근무에서 선택적 근무시간 기준을 완화하는 유연근무제로 전환했다. 직원들은 하루 5시간 근무를 유지하면서 월 기준 소정의 근무시간만 충족하면 된다.
반면 중소·중견기업 입장에선 이같은 업무환경의 변화가 마냥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재택근무를 시행하려면 별도 유선 보안 장비를 구축하거나 가상사설망(VPN, Virtual Private Networks)을 설치해야 하는 등 별도의 비용 부담이 따라붙기 때문이다.
실제 이달 잡코리아가 발표한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재택근무 현황 설문조사'에 따르면 재택근무를 해봤냐는 질문에 대기업 직장인 중에선 73.2%가, 중견기업은 68.6%, 중소기업은 57.6%가 '재택근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인프라를 갖출 수 있는 기업일수록 재택근무 경험자 비율도 높게 나타난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정부도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각종 지원책을 쏟아내며 유연근무제 정착에 힘을 보태고 있다. 임서정 고용부 차관은 "코로나19로 확대된 유연근무제가 기업의 보편적·상시적 근무방식으로 정착되도록 재정지원을 강화하고, 재택근무 노동법 지침 적용과 인사관리 안내서 마련 등 추가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는 중소·중견기업이 재택근무를 도입하면 유연근무제 간접노무비 지원을 비롯해 최대 2000만원의 인프라 구축비를 지원하고 있다. 인프라 지원비 경우에는 그룹웨어, 업무용 소프트웨어 등 정보시스템과 사용자 인증 보안시스템 구입·임대 비용, 최대 3년간 클라우드 사용료·인터넷 통신료를 지원받을 수 있다.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이 지난달 10일 코로나19에 대응해 재택근무제를 모범적으로 시행 중인 서울 마포구 대학내일을 방문해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