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 기자] 코로나19 사태이후 한국사회가 겪은 큰 변화는 '노동환경'이다. 비대면에 따른 재택근무, 시차출근, 선택근로 같은 유연근무 가능성에 대해 한발짝 다가섰기 때문이다. 실제 코로나 기간동안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의 경우 전년보다 재택근무가 60배 증가했다. 코로나 이후 그간 정착되지 못한 유연한 근무체계 변화가 정착에 이를 수 있을지 기로에 선 것이다.
1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 1월1일부터 5월6일까지 중소중견기업에서 재택근무제를 신청한 근로자는 1만8653명에 달한다. 이는 작년 1년간 신청한 317명의 60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코로나19 여파로 대기업 뿐 아니라 중소기업 또한 상당수 재택근무에 들어간 것이다.
대기업보다 사정이 어려운 중소·중견기업이 재택근무를 활용할 수 있게 된 건 정부의 유연근무제 간접노무비 지원 혜택 영향이 크다. 감염병으로 인해 비대면이 불가피한 환경에서 정부가 유연근무제를 사용할 경우 근로자 1인당 연 최대 520만원을 지원해주고 있어 활용이 가능했던 셈이다. 특히 2월말부터는 지원절차를 간소화하고, 재택근무 증빙 요건에서 근태관리 시스템 내용만 허용했던 것을 이메일 또는 모바일메신저를 활용할 수 있게 하면서 폭발적으로 늘어 3월에는 1127개기업 1만2344명이 신청했다.
유연근무제로는 시차출퇴근, 재택근무, 원격근무, 선택근무 등이 포함되는데 불과 1년전 만 해도 전체적으로 실적은 미미했다. 그나마 사용 기업들은 주로 시차출퇴근을 이용했는데 작년 유연근무제 신청 1만2580명중 시차출퇴근이 9963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재택은 317명에 그쳤다.
고용부가 매년 발간하는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를 봐도 최근 통계인 2017년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사업장은 조사 대상의 24.4%였으며 재택근무 도입비율은 4.7%에 그쳤다. 유연근무제를 실시하지 않은 이유로는 노무관리의 어려움을 주로 꼽았다. 근로시간의 유연화보다 근무장소에 대한 유연화에 대해 더 보수적인 생각을 하고 있어서다.
생활 속 거리두기 지난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승강장에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이 출근길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기간 중소기업의 재택근무가 60배 증가했는데 그간 정착되지 못한 유연한 근무체계 변화가 정착에 이를 수 있을지 기로에 서있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올해 재택근무 신청률이 크게 높아졌다는 점은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대면의 일상과 디지털경제 전환 가속화 속에서 앞으로도 기업들이 활용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일·가정 양립 지원을 통한 생산성 제로라는 측면과 각종 스마트기기 보급이 일반화되면서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고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근무장소를 유연화하는 방안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좁히는 일은 쉽지 않다. 노사간의 인식 차이와 신뢰가 여전히 부족해서다. 전형진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유연근무제가 감염병 방지를 위한 대책으로써 뿐 아니라 상시적인 근무 형태로 자리매김 할 수 있게 논의가 지속돼야 한다"며 "정부가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사업장의 성공사례를 발굴하고 모델을 제시해 긍정적 인식을 높이고, 관련 제반 지원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세종=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