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조짐 '주호영 체제', 당 체질까지 바꿀까

주호영, 첫 외부 공식일정 5·18 기념식
당 내부서 '쇄신' 위한 세미나·모임 이어져
"사분오열된 당내 목소리 하나로 모아야"

입력 : 2020-05-18 오후 4:23:28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원내 사령탑'에 앉으면서 통합당 내 변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통합당은 5·18 민주화운동 관련 반성의 목소리를 내며 "먼저 발 벗고 나서겠다"며 "당 지도부의 광주 방문은 그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통합당의 근본적 변화를 위해선 "과거의 영광이 아닌 새로운 가치들을 수용해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주 원내대표는 취임 후 첫 공식 외부일정으로 5·18 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식에 참석했으며, 보수 야권에서 논란을 일으켰던 '님을 위한 행진곡'도 제창했다. 황규한 통합당 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아직도 명확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유가족의 절절한 외침이 있다"며 "우리 당은 5·18 민주화운동의 제대로 된 역사적 평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주 원내대표의 이같은 움직임은 실용 중도층을 잡고 범보수 영역을 넓혀가려는 의도로 해석되고 있다. 2년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일명 '아스팔트 보수'로는 선거에 승리할 수 없다는 분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관련해 김세연 의원은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의) 공감능력과 소통능력, 현실 자각능력이 떨어져 있는 것이 (총선 패배의) 원인이라고 생각한다"며 "최대한 20~30대와 40대 또 정치성향으로는 중도층의 생각을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을 길렀어야 한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 의원은 특히 "당의 해체를 통해 백지에서 새롭게 경쟁을 시작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통합당이 이번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을 계기로 반성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4·15 총선 참패 이후 쇄신 목소리가 이어지면서다. 지도체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통합당에 주 원내대표가 원내사령탑으로 자리 잡으면서 이같은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 원내대표는 취임 후 지지부진하던 미래한국당과의 합당 문제 역시 적극적으로 매듭을 풀고 있으며, 당내 5·18 민주화운동 망언 관련 사과도 선제적으로 나섰다.
 
주 원내대표 뿐 아니라 당내에서도 쇄신에 대한 움직임은 활발해지고 있다. 통합당 내 현직 의원들은 총선 이후 보수정치 해법을 주제로 한 세미나를 주최하고 당내 혁신 모임을 만들고 있다.
 
유의동·오신환 의원은 지난 15일 정의당 지지를 자처하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를 초청해  '제21대 총선을 말하다! 길 잃은 보수정치, 해법은 무엇인가 토론회'를 열고 통합당의 총선 참패 원인을 듣기도 했다. 당시 진 전 교수는 "까놓고 말해 미래통합당은 뇌가 없다. 브레인이 없다"며 통합당에 쇄신을 촉구했다.
 
30~40대의 수도권 출마자들은 당내 '젊은미래당'을 구성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지난 15일 "연이은 패배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이 변화보다는 남의 눈에 티끌을 들춰내는 정치에 급급하다 끝내 민심으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했다"며 "길 잃은 보수정치를 되살리는 길은 정치의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반성했다.
 
하지만 통합당의 이런 움직임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태일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보수 정당은 그간 역사인식 문제와 세월호 문제, 젠더 감수성 등에서 비판을 많이 받아왔다. 그런데 이것은 정파적 가치가 아닌 보편적 가치"라며 "인권과 자유 등에 대해 그동안 제대로 해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수가 과거 성장에 기여한 것은 분명하지만 민주화가 진행되고 탈냉전화, 그리고 새로운 시대 정신들이 변화하고 있는데 미처 수용하지 못하고 국민들로부터 외면을 받았다"며 "이제 새로운 시대의 가치들을 수용해가야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성장의 가치도 중요하고 과거의 영광도 있지만 공정의 가치와 복지에 대해서도 보수가 소홀히 하면 안된다. 안보에 대해서도 북한과의 대결주의 보다는 안보를 튼튼히하면서도 평화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사회일반에 있어서도 평등주의, 여성주의 등 예전에 없던 가치들을 잘 담아내는 보수가 돼야 한다"고 했다.
 
관련해 통합당 관계자는 "총선 패배후 보수진영은 패배주의가 만연해 있고, 강력한 리더쉽을 발휘할 유력 대권주자가 없는 상황이기에 당내 혼란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여진다"며 "붕괴된 지도체제 확립과 사분오열된 당내 목소리를 하나로 모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재섭 통합당 청년비대위원은 "5·18 관련한 이번 메시지는 대단히 긍정적인 부분"이라며 "향후 당내 분위기도 긍정적으로 바뀌지 않을까 보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이 꾸준하게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5·18 민주화운동 40주기인 18일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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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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