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KBS 2TV 드라마 ‘영혼수선공’이 매 회마다 작정한 듯 쏟아내는 명대사를 통해서 마치 자신의 이야기인 것 마냥 감정 이입을 하게 만들고 있다. ‘영혼수선공’은 마음이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것이 아닌 ‘치유’하는 것이라고 믿는 정신의학과 의사들의 이야기를 담는 마음처방극이다.
‘영혼수선공’의 중심에는 괴짜 의사 이시준(신하균 분)이 있다. 그는 마음 아픈 영혼들에게 희망을 안겨주는 실제로 이런 의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캐릭터다. 환자를 대하는 마음의 태도, 접근 방식, 치유 과정이 모두 특별하다.
축구선수 오유민(위하준 분)은 통증을 호소하며 응급실을 찾아 다리를 절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가 느끼는 고통의 원인은 잦은 패배에서 찾아온 스트레스다. 시준은 그런 유민에게 실수했던 때보다 잘했던 때가 더 많았다고 위로를 한다. 잘하고 있음에도 시달리는 불안감, 최선을 다해도 찾아온 실패에 좌절한 이들을 위로했다.
성민호(정진환 분)는 섭식장애의 일종인 이식증을 앓고 있는 환자였다. 시준은 당황하면 말을 더듬거나 손톱을 물어뜯는 등 어린아이에게 나타나는 증상을 보였다. 시준은 불안장애의 원인이 되는 대상의 치료가 먼저라고 판단했다. 그 대상이 된 아버지에 대한 민호의 감정을 토해내도록 유도했다. 특히 시준은 “세상의 모든 아버지는 시간이 지나면 등이 작아지고 머리가 하얘지고 아무리 강했던 것도 약해진다”며 아버지에 대한 공포심을 극복하도록 도왔다.
한우주(정소민 분)는 10년 무명을 끝내고 뮤지컬 샛별로 떠올랐지만 하루 아침에 음주 여배우로 낙인 찍혔다. 이로 인해 오디션 마다 낙방하는 신세가 되자 우주는 공허함을 폭식으로 달래려고 했다. 그는 “내가 뭐 큰 거 바래? 그냥 딱 남들처럼 살고 싶다”고 신세 한탄을 했다. 시준은 간헐적 폭발장애, 경계성 성격장애를 앓고 있는 우주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욕 비닐봉지와 달밤 체조 처방을 내렸다. 우주는 진심으로 환자를 대한 시준을 지켜보며 마음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자신의 연극 치료로 환자들뿐 아니라 자신의 상처도 치유했다.
극 중 은강병원은 대한민국 최초로 정신의학전문센터 건립을 앞두고 있다. 마무리 공사가 한창인 현장을 방문한 병원장은 “대한민국은 상처가 많은 나라니까. 근데 우리나라는 그런 게 없더라. 다리 무너지고 배가 침몰하고 지하철이 전복되고 큰 사건은 여거저기 터지는데 그냥 다 견디라고 잊으라고”라며 “상처는 많은데 치유가 부족하더라”고 말했다. 병원장의 말은 정신 건강 돌보기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우리의 상황을 공감하게 하는 한마디였다.
‘영혼수선공’을 연출한 유현기 PD는 드라마를 통해 정신건강 의학과로 가는 문턱이 낮아지고 발걸음이 가벼워졌으면 한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그의 기회 의도처럼 ‘영혼수선공’은 마음의 병 역시 무조건 견디는 것이 아니라 감기처럼 치유를 받아야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했다. 무엇보다 신하균이 연기한 이시준을 통해 상대방의 아픔을 공감하는 것이 치유의 시작이라는 사실을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영혼수선공. 사진/몬스터 유니온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