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공유 전동킥보드 업계의 숙원이 풀렸다. 지난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전동킥보드가 '개인형 이동장치'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오토바이와 같은 원동기 장치로 분류돼 차도를 달려야 했던 전동킥보드는 이제 자전거 도로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업계는 사용자층이 넓어진 만큼 이용 지역이나 요금제 등을 다양화하면서 성숙한 전동킥보드 이용 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도록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할 계획이다.
21일 공유 전동킥보드 업계는 법안 통과에 대한 후속 대책에 돌입했다. 법안 통과로 전동킥보드의 지위가 명확해지면서 공유 전동킥보드 업체는 보험·사용연령·헬멧 등 다양한 문제에서 자유로워져 사용자 확대를 기대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업계는 시행령을 만드는 과정에서 정부와 지자체와 차근차근 협의해 세부 규정을 정해나간다는 입장이다.
이용자가 다양해지면서 공유 전동킥보드 서비스 지역도 늘어날 전망이다. 약 6개월 뒤 법이 시행되면 원동기나 자동차 운전면허 없이도 만 14세 이상이면 전동킥보드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 면허 미 소지자는 전동킥보드를 이용할 수 없어 업계는 서비스 지역을 도심으로 한정해왔다. 추후엔 도심을 벗어나 주택가 등 라스트 마일 모빌리티 수요가 많은 곳으로 서비스 지역을 확장할 수 있게 됐다.
김형산 더스윙 대표는 "지금까지 CBD(도심업무지구) 위주로 서비스했던 것도 면허 인증 때문이다"며 "면허 인증이 풀리면 학생도 탈 수 있고, 면허가 없는 분들도 이용할 수 있어 실제 일산·분당·은평 뉴타운 등 주택가에서도 사업을 할 만한 회전율이 생겨 운영 지역이 넓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10·20·30대뿐만 아니라 40·50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퍼스널 모빌리티 기기도 개발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요금제도 더욱 다양해진다. 면허가 없는 중·고등학생의 이용이 가능해진 만큼 이들을 타깃으로 한 새로운 요금제도 만들어질 예정이다. 씽씽·스윙 등은 10대를 위한 요금제를 계획 중이다. 공유 전동킥보드 씽씽을 운영하는 피유엠피의 하성민 이사는 "학생들의 이용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들을 위한 요금제를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업계는 법이 바뀌면서 생길 부작용에 대한 걱정도 내비쳤다. 이용자가 늘어나는 만큼 안전 문제도 늘어날 것이라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동킥보드가 원동기 장치에서 벗어나면서 운행 시 안전모 미 착용에 대한 처벌 조항이 사라진다. 안전모 착용에 대한 의무는 남지만 이에 대한 계도 조치만 가능하다.
업계는 업계·지자체·경찰 등이 전동킥보드 사용 안전과 관련해 공동 캠페인을 진행하는 등 사용 문화를 바꾸는 것이 먼저라고 입 모아 말했다. 공유 전동킥보트 고고씽을 운영하는 매스아시아의 진민수 이사는 "어떻게 하면 헬멧을 항상 쓰는 올바른 문화를 만들 수 있을지 기관들과 협의하면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기존에 전동킥보드를 이용하지 못했던 10대들의 이용 안전에 대한 고민도 많았다. 이에 대해 세종시에서 전기자전거를 운영하며 10대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진행했던 일레클은 이용 가이드를 구체화하고 제재를 가하면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일레클을 운영하는 나인투원 관계자는 "10대들이 전혀 교육을 받지 않은 상태로 퍼스널 모빌리티를 이용하게 되면 다른 연령층에 비해서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조심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전기자전거로 운영해본 결과 업체에서 가이드라인을 확실히 만들고 이에 대한 공지를 하니 학습이 잘 됐다"고 설명했다. 나인투원 관계자는 "세종시 전기자전거 이용자의 4분의1에 가까울 정도로 10대들이 많이 타는데 이런 부분이 잘 반영된 것을 보면 아예 무조건 위험하다고 단정하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매스아시아 고고씽 전동킥보드. 사진/매스아시아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