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안일한 대통령 대응에 코로나 확진자 러시아 넘어

WHO, 브라질 직접 언급 "남미, 새로운 펜데믹 진원지"

입력 : 2020-05-23 오전 11:58:23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브라질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러시아를 넘어서며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은 국가가 됐다.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는 가운데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의 안일한 코로나19 대응이 브라질의 방역실패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 사진/뉴시스
브라질 보건부는 22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을 통해 확진자 수가 33만890명으로 전날보다 2만803명 늘었다고 밝혔다. 브라질에서 확진자가 하루 만에 2만명 넘게 늘어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의 코로나19 집계에 따르면 현재 브라질의 확진자 수는 미국(159만8631명)에 이어 두 번째다.
 
브라질의 확진자 증가세는 날이 갈수록 가팔라지고 있다. 지난 2월26일 첫 보고 이후 이달 3일 10만명에서 이날 33만명을 넘어섰다. 브라질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눈덩이처럼 확산되면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안일한 코로나19 대응도 지적되고 있다.
 
그간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코로나19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발언과 행동을 계속해왔다.
 
그는 코로나19 사망자가 늘어나는 가운데 “미안하지만 사람은 언젠가 죽는다. 그게 인생”이라고 말하는가 하면 코로나19 대책을 묻는 질문에는 “그래서 어쩌라는 것이냐. 나한테 원하는 게 뭐냐”고 답하기도 했다. 
 
또 말라리아 치료제 ‘클로로퀸’의 유사 약물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 투약을 주장해온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를 두고 갈등을 빚어온 루이스 엔히키 만데타 보건부 장관을 지난 4월16일 해임하는 강수를 두기도 했다. 
 
이런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행보에 로이터통신은 지난 8일 “브라질의 코로나19 위기 대응에 가장 큰 위협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사회적 거리두기도 스스로 거부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는 지난 9일 브라질리아에 있는 파라노아 호수에서 제트스키를 타는모습이 현지 언론을 통해 공개됐는데, 이날은 브라질에서 코로나19 사망자가 처음 1만명을 넘어선 날로 브라질 입법부와 사법부가 사흘간 애도 기간을 선포한 날이다. 
 
앞서 지난 7일에는 바비큐 파티를 열 계획을 밝혔다가 비난 여론이 일자 계획을 취소했으며, 당시 비난 여론 커지자 그는 “바비큐 계획은 거짓이었다”며 “언론이 만들어낸 가짜 뉴스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마이클 라이언 WHO 긴급대응팀장. 사진/뉴시스
이런 가운데 세계보건기구(WHO)는 남미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새로운 진원지가 되고 있다며 브라질을 직접 언급했다. 
 
마이클 라이언 WHO 긴급준비대응 사무차장은 22일 화상 브리핑에서 “우리는 많은 남미 국가에서 확진 사례가 증가하는 것을 우려한다”며 “어떤 의미에서 남미는 새로운 진원지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은 브라질”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브라질 당국이 코로나19 치료제로 말라리아 치료제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사용을 허가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코로나19 치료제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약효는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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