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후 또 하나 우려했던 일이 발생했다. 철저한 사회적 거리두기 효과로 그나마 조금씩 회복되어 가던 일상에 '어린이 괴질 의심증상 발견'이라는 악재가 터진 것이다. 미국 질병예방센터(CDC)가 소아·청소년 다기관염증증후군으로 명명한 이 괴질이 출현한다는 것은 다시금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돌아갈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n차 감염'이 확산되면서 전국적으로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다기관염증증후군까지 유행한다면 그야말로 2020년은 최악의 한 해로 기록될 것이 분명하다. 실제 다기관염증증후군은 코로나 바이러스 유행 이후 최근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 4월 유럽에서 처음 보고된 이후 한 달 동안 미국, 호주, 이탈리아 등 13개국으로 확산했다.
의학계에 따르면 이 질병은 통상 4세 이하 영유아에게 발생하는 급성 열성 발진증인 '가와사키병'과 비슷한 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최근에는 유럽에서 2명, 미국에서 최소 5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왔다. 관련 증세를 보이는 환자가 이미 500명을 넘어섰다는 통계까지 나왔다.
이에 방역당국은 몇 가지 사례를 두고 해당 질병에 대한 정의를 내렸다. 즉 만 19세 이하 소아·청소년 가운데 38도 이상의 열이 하루(24시간) 이상 지속되거나 혈액에서 염증 물질 증가하는 경우가 해당된다. 또 두 개 이상의 장기에 염증이 침범해 입원이 필요한 중증 상태이거나, 염증 원인이 되는 병원균이 확인되지 않고, 코로나에 감염됐거나 발병 전 4주 이내 코로나에 노출된 이력 등 총 다섯개 조건이 모두 나타나면 괴질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보기로 했다.
문제는 오늘부터 고2, 중학교 3학년, 초등학교 1·2학년, 유치원생이 등교 개학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방역당국과 교육당국은 철저한 거리 두기와 개인 위생 교육으로 코로나 확산을 막는다는 입장이지만,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는 불안감을 감출 수 없다. 3만명 투입해 방역을 지원하고 등교인원을 전체의 3분의 2이내로 한다 해도 바이러스는 원천 차단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의 경우 개인 위생에 대한 개념조차 확립되어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답답한 마스크를 끼고 운동장에서 뛰어놀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렇다면 등교개학을 잠시 미뤄야 할 필요가 있다. 대학 입시 일정도 전면 재조정해야 한다. 아예 전 학년의 1학기를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하고 입시 일정도 6개월 정도 뒤에 실시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6개월 후에도 사태가 가라앉지 않는다면 휴업을 더 연장해야 할 것이다.
불가피한 경제활동 영역이야 조심스럽게 재개한다 하더라도 학교는 다르게 대처해야 한다. 아무리 거리두기를 한다 해도 대면 수업 과정에서는 접촉이 없을 수가 없다. 학사일정도 중요하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고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된 후에 개학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나아가 유흥업소와 다중이용시설 이용 자제도 보다 강력하게 조치해야 한다. 단순히 영업정지를 넘어 수위 높은 형사처벌로 부적절한 집합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 우리 아이들의 건강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금은 정부가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생명보다 소중한 것은 없지 않은가.
권대경 정경부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