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달 동안 금융당국이 쏟아낸 금융투자 관련 정책들을 보자니 답답하기 그지없다. 평소 강조하던 금융선진화는 거리가 먼 정책들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주식시장이 얼어붙자 금융위원회는 지난 3월 공매도를 금지했다. 한시적 금지니까 예정대로라면 9월 중순부터는 재개될 것이다. 일부에서 조기 해제론도 나오는 모양인데 금융위는 그럴 생각이 없는 것 같다.
공매도는 다시 풀리겠지만, 개인에게도 공매도를 허용하는 방안을 논의하던 사실은 기억이나 할는지 모르겠다. 공매도 때문에 기울어진 운동장은 공매도 금지가 아니라 개인에게도 공매도를 허용하는 방향이 돼야 한다. 그런 논의는 온데간데없고 지금은 공매도가 무슨 ‘범인’처럼 여겨지고 있다.
공매도 허용 논의는 고사하고 요즘엔 죄다 틀어막고 있으니 이게 뭐하자는 것인지 모르겠다.
첫 번째는 사모펀드 규제였다. 라임펀드 사태로 사모펀드가 도마 위에 오르자 사모펀드 최저 가입한도를 1억원에서 3억원으로 올렸다. 변수가 없는 한 내년 3월부터 시행될 것이다.
사모펀드는 운용에 제약이 적어 다양한 종류의 자산을 다양한 방식으로 투자해 높은 수익을 올리는 수단으로 활용됐다. 덕분에 공모펀드를 압도하는 시장으로 성장했고 투자자도 늘었다. 하지만 가입한도가 문턱이 돼 대중화되기 어렵다는 게 약점이었다. 상황이 이러면 가입한도를 낮춰서 더 많은 사람들이 뛰어난 자산운용 수단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정상인데 흙탕물 일으킨 미꾸라지 한 마리 나왔다고 연못 울타리를 높였다.
인버스와 레버리지 파생상품 즉 상장지수펀드 등을 투자하려면 기본예탁금을 걸어야 한다는 규제는 또 어떤가? 고위험 상품이니까 증권사에 일정금액 이상을 예치해 투자 손실을 감당할 능력이 있는 투자자만 접근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이미 인버스와 곱버스보다 훨씬 위험한 시장에 노출돼 있다. 주식시장이다. 예를 들어 바이오 주식은 어떤가? 성공확률이 매우 낮은 바이오 신약 개발을 하는 기업 주식을 비싼 값에 사는 투자자들이 넘친다. 물론 확률을 감안하면 그중 대박을 터뜨릴 곳은 소수에 불과할 테고, 나머지는 손실을 떠안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앞장서 바이오산업을 육성 중이고 개인들은 투자인지 투기인지 기꺼이 그 판에 돈을 대는 중이다.
벤처 투자도 마찬가지. 정부는 세제혜택까지 주면서 벤처기업 투자를 장려하고 있으나 역시 성공에 이를 기업은 많지 않을 것이다. 패스트트랙 상장도 가능성만 보고 불안한 기업에 상장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위험하긴 매한가지다.
ELS 규제라고 다를 게 없다. 증권사 자기자본 이하로 총량을 규제한다는데 덕분에 ELS 상품은 현저히 줄어들게 됐다.
벤처기업 투자와 바이오주 투자, 그리고 인버스, 곱버스 ETF에 투자하는 것 중 무엇이 가장 위험할까? 매매 시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당연히 전자다.
개인투자자가 바이오주나 곱버스를 매수하는 것과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것, 증권사가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하고 ELS를 발행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같은 이유에서다. 수익을 내기 위함이다. 더불어 기대수익률이 높을수록 그만큼 위험하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안전하게 큰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단언컨대 사기꾼이다.
투자로 인한 이익과 손실은 온전히 투자자의 몫이고, 다만 라임펀드처럼 금융회사가 그 과정에서 불법, 편법을 행한 일이 있는지, 회사 부담을 투자자에게 떠넘기지 않았는지 따지면 된다.
투자결정은 투자자 개인의 권리이자 책임이다. 정부가 기회의 다양성을 해치는 데 반대한다. 지금 금융당국은 금융선진화가 아니라 금융후진화로 가는 결정을 반복하고 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