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충성도 높은 고객층을 보유한 까닭에 '살 사람은 산다'라는 콧대 높은 정책을 이어오던 애플이 최근 변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스마트폰 초경쟁시대를 맞으면서 감성·프리미엄으로 대표되는 기존 전략 대신 중저가 수요를 잡기 위한 '실리 마인드'로의 전환을 선택해 눈길을 끌고 있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올해 하반기 5G 지원 모델로 아이폰12(가칭) 시리즈를 출시할 방침이다. 해외 매체에 따르면 아이폰12 기본 모델(128GB) 가격은 649달러(약 80만6000원)에 책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전작 아이폰11 기본 모델(64GB)의 미국 가격이 699달러(약 86만7000원)였던 것을 생각할 때 가격은 내려가고 저장 용량은 늘었다.
단순 가격만 낮아지는 게 아니다. 스마트폰 '구매 부동층' 관심을 끌기 위해 아이폰11 프로와 프로맥스에만 탑재했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아이폰12 모델 전체로 확대할 것으로 관측된다. 아이폰 최초로 5G 지원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A14 바이오닉칩'을 탑재하는 것은 덤이다.
급기야 그간 사용자 사이에서 아이폰 사용에 있어 불편 중 하나로 꼽혀왔던 '녹음 기능'이 추가된다는 소식까지 들렸다. 미국 IT매체 애플인사이더는 최근 "아이폰 새 운영체제 iOS14 설정 메뉴에 '전화와 페이스타임 녹음' 메뉴가 새롭게 생길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애플은 미국 여러 주에서 동의 없는 대화 녹음을 불법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을 들어 아이폰 내 통화 녹음 기능을 막아왔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9월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의 스티브 잡스 극장에서 열린 '애플 스페셜 이벤트 2019' 중 아이폰11 신제품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지난달 보급형폰 2세대 아이폰SE를 출시한 뒤에는 홈페이지에 '안드로이드에서 아이폰으로 갈아타기' 페이지를 오픈해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들에게 적극적인 구애의 손짓을 보냈다. 애플은 "아이폰으로 갈아타기, 아주 쉽다. 전에 가지고 있던 안드로이드상의 콘텐츠를 어딘가에 복사해놨다가 다시 카피하는 등의 번거로운 일이 필요 없다"고 설명했다.
그간 감성을 자극하는 프리미엄 전략을 펴오던 애플이 이처럼 기존과 달리 한껏 자세를 낮추는 데에는 코로나19 직격탄에 업계 상황이 매우 좋지 않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은 2억9500만대로 지난 2014년 1분기 이후 6년 만에 3억대 미만으로 떨어졌다.
아이폰11이 올해 1분기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스마트폰으로 뽑혔으나 애플의 회계연도 2020년 2분기(1~3월) 아이폰 매출액(289억6200만달러)은 좋지 못한 시장 탓에 되려 전년동기 대비 6.7% 줄었다. 코로나19 여파가 제대로 반영되는 3분기(4~6월)에는 감소 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전처럼 애플이 '배짱'을 부릴 상황이 전혀 아닌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에 따라 사용자들의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길어지는 등 현재 시장은 매우 위기인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라며 "팀 쿡 최고경영자가 '장사'를 잘하지 않나. 애플도 최근 위기를 인식해 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기존 자신들의 전략을 고집했던 것을 생각할 때 뒤늦은 감이 있다"라고 말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